재미난 학사를 보고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대안학교라고 하면 학사가 산과 들, 계곡에 둘러싸여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난은 도시형 대안학교. 서울 끄트머리라고는 하나 그래도 서울이다. 집값, 땅값이 만만치 않다. 현재 학사는 유치원이 있던 ‘건물’과 주택가 2층 ‘구옥’이다. 다행히 산과 계곡은 가까이 있으나 학사는 작디 작다.
하지만 재미난의 교육은 마을 곳곳에서 이루어지기에 작은 학사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학교 근처 청소년 수련관에 가서 몸놀이를 하고, 윤극영 -푸른 하늘 은하수~하얀 쪽배에~그 노래를 만드신-가옥 다락방에 가서 맘껏 수다를 떤다. 마을 텃밭에서 계절을 만지고, 계곡에서 과학 실험을 한다.마을 미디어 강북 FM에 가서 미디어 제작을 체험하고, 학교 근처 시장에서 생활을 배운다.
뿐만 아니다. 재미난의 교육 과정은 학교와 책상에만 있지 않다. 재미난 모든 학년은 일주일에 한 번 나들이를 간다. 둘레길로, 계곡으로, 수영장으로, 놀이터로, 박물관으로, 과학관으로, 성교육센터로, 에코 센터로. 여행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큰아이 5학년 때였다. 혼자서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다니는 아이들이 생겼다. 신중한 큰아이는 그때까지도 혼자 다니지 않았다. 먼 곳으로 가는 나들이는 보통 집에서 버스 6 정류장 거리에 있는 수유역에서 모여 출발한다. 매번 출근길에 데려다줘야 했다.
5학년 생활교사 하늬는 어른 도움 없이 아이들끼리 오가는 나들이를 계획했다. 처음엔 각자 집에서 수유역까지. 혼자 다닐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짝지어줬다. 하늬가 직접 아이의 집 앞까지 가서 동행하기도 했다.
아이들 전원이 수유역까지 자신을 보이자 다음엔 각자 집에서 국립중앙박물관까지로 확장했다. 아이들은 중간중간 교사들이 만들어 놓은 미션을 해결하며 국립중앙박물관까지 갔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수유역까지. 다시 수유역에서 이촌역까지. 드디어 도착한 국립중앙박물관 사물함엔 1단계 미션 성공 선물이 있었으니. 마이쭈와 초콜릿이었다. 그리고 다시 2단계 미션 시작. 그날 저녁 아이는 잔뜩 상기된 모습으로 모험담을 늘어놓았다.
올해 4학년인 작은 아이도 얼마 전부터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엊그제 나들이 날이었다. 근무 중인데 페이스톡이 걸려 왔다. “엄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버스를 잘못 탔다. 큰아이 때는 없던 일이다. 아이 실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이 상황을 내가 놓친 적이 없다. 둘째는 발로 키운다더니. 둘째 특유의 자신만만함을 믿었고, 방심했다.
저녁에 작은 아이를 만나자마자 꼭 끌어안아줬다. 무서웠지? 아이는 조금 울었다. 그리고 큰 아이의 마이쭈 미션 때보다 더 상기된 모습으로 모험담을 풀어놓았다. 이 날 아이의 모습을 보며 소년의 동의어는 모험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모험의 또 다른 이름은 실수와 실패라는 말도.
재미난 학사는 이런 소년 모험가들의 베이스캠프일 뿐이지 싶다. 재미난 소년 모험가들은 베이스캠프를 중심으로 마을 이곳저곳으로, 또 마을 밖으로 나들이를 다니며 세상 공부를 한다. 안전하게 실수하고, 실패하고, 일어선다. 다시 모험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