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우리 집 아이 이야기
지난여름방학이었다. 12시 즈음 큰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작은 아이다. 학교 방학 급식을 먹으러 가던 길에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 같단다. 작은 아이는 개통되지 않은 아이폰 7을 사용하고 있다. 나와 남편이 아이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타임으로 통화를 할 때도 있지만 주로 카메라나 게임용 기계다. 워낙 낡은 폰이라 기계는 아깝지 않은데 아이가 찍은 사진을 백업해놓지 못해 아쉽다. 작은 아이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방학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하는 날이다. 큰아이에게 조심스레 톡을 보냈다.
밥 먹고 집에 가봐 줄 수 있어? 버스정류장도 좀 살피고.
그러려고. 지금 가고 있어.
예상했던 것보다 시원스러운 대답. 행동도 빠르다. 잠시 뒤 전화가 왔다.
엄마, 사랑이 폰에 전화 좀 해줘. 어떤 할아버지가 주우셨는데 엄마랑 통화가 되어야 주신대.
찾았구나. 전화를 했다. 하지만 와이파이 존이 아니다. 페이스타임이 연결되지 않는다. 큰 아이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비번, 비번을 풀어. 그럼 믿어주시지 않을까. 아니. 안 된대. 엄마 전화하지 말아 봐. 고약한 어른과 씨름을 하나 싶어 통화 상태로 두라 하니 안 된단다. 전화가 끊겼다. 속이 탄다.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 전화해 봐. 아. 핫스팟 연결했어? 응. 전화를 했더니 점잖은 목소리의 어르신. 네. 어르신. 전화를 주워 가지고 있는데 통화가 되어야 줄 거 아니요. 그런데 통화가 안 되는 기계인데 엄마랑은 할 수 있다니. 아이를 의심한 멋쩍음과 억울함이 섞인 말씀이셨다. 공기계와 아이폰 시스템을 설명드리고 진심 담아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전화기 너머 아이도 연신 고맙다고 인사.
둘, 남의 집 아이 이야기
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급식을 먹으러 가던 길에 같은 반 친구를 만났다. 친구에게 상황을 말하자 본인이 먼저 가서 찾아봐 주겠다고 했단다. 자기는 밥을 먹었으니 형제에게 일단 먹고 오라며 도보 15분 거리의 현장으로 출동했다. 출동 후 계속 통화를 하면서 탐색을 하는데 통화 내용을 듣고 할아버지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냐고 물어 오셨다고 한다. 짜릿! 밥을 늦게 먹는 작은 아이에겐 나중에 오라 하고 친구와 합류한 큰아이. 전화기 너머로 아이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친구였던 게다. 전화기를 돌려받을 때까지 계속 함께 했다고.
이 글을 쓰기 전 남편에게 물었다. 재미난 학교에 오길 잘했다 싶을 때가 언제야. 숨도 쉬지 않고 답한다. 매일! 재미난 마을에 오며 출퇴근 시간이 늘어났다. 짧으면 왕복 3시간. 운이 좋지 않으면 편도 3시간인 날도 있다. 감수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3살 차이 형제. 사춘기라고 하는 중1. 아이는 재미난 공동체 안에서 자기보다 작은 존재를 배려하고 돌보며 지내고 있다. 낯선 이에게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는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우리 집 아이만 그런 게 아니다. 남의 집 아이도 그렇다. 남편의 말 뒤에 내 대답을 붙인다. 나도,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