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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Aug 16. 2024

퇴근 후 놀이동산에 갑니다


퇴근 후 아이들을 데리고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출근한지 3주째다. 살면서 유니버셜을 이렇게나 자주 가볼 줄이야. 올해 5월 둘째 아들 생일을 맞아 유니버셜 연간 회원권을 끊을 때만 해도 나와 남편은 우리 성격에 뽕 뽑기는 글렀다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면 뭐 특별히 한 게 없는데도 이상하게 기가 빨렸다. 유니버셜 '연간 회원권'은 두 번 이상만 가도 뽕을 뽑을 수 있다기에 혹해서 끊긴 끊었지만, 지금까지 딱 한 번만 애들을 데리고 갔더랬다.

그런데 친구들이 미국에 온 이후는 연간회원권의 뽕을 제대로 뽑았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유니버셜을 만끽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퇴근 후 유니버셜을 가고 있기 때문. 집에서 유니버셜까지는 차량으로 30분 안팎이므로 퇴근 후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단지 지금까지는 평일에 유니버셜을 놀러갈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뿐이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친구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때가 있는 법이다. 되돌아보면 학창시절 때도 그랬다. 친구들과 뭔가를 할 때는 혼자일 때보다 용기가 배가 됐다.


퇴근 후 집에 오면 4시15분. 친구들은 썸머캠프에 갔던 아이들을 픽업해 온 후 요리를 하고 있었다. 놀이동산에 가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가 힘드니(그리고 놀이기구 타는 것에 집중해야 하니) 집에서 후딱 먹고 가자는게 우리의 계획이었다. 아이들에게 간단한 떡볶이, 주먹밥과 같은 분식으로 간단한 요기를 헤치운 후, 5시쯤 유니버셜을 향했다.


10년도 넘게 LA에 살았으니 유니버셜은 마치 롯데월드처럼 친밀한 곳이었다. 자주 가진 않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가게 되는 곳이 유니버셜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할로윈 시즌 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남편과 함께 유니버셜을 방문하곤 했고,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에는 새로 오픈한 '닌텐도 월드'를 경험하기 위해 유니버셜을 찾았다. 그런데 유니버셜은 '날을 잡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제대로 각잡고 가야하는 곳이지 아무때나 덜컥 방문할 곳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번 여름, 퇴근 후 유니버셜을 향하는 일은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비교적 도전적이고 새로웠다. 그런데 그 낯선 새로움이 설렘을 극대화시켰고, 회사를 출근하는 평범한 일상이 퇴근 후 유니버셜을 가는 일정 덕분에 특별해졌다.




오후 6시~7시 사이 유니버셜에 가면 들어가는 사람보다 나오는 사람이 더 많다. 하루종일 실컷 놀고 가뿐한 걸음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스쳐 지나 유니버셜 안으로 입장하는 우리의 모습이 왠지 거꾸로 사는 사람들 같았다. 어른이고 아이고 놀이동산에 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둥둥 떠오르기 마련이다. 놀이동산은 피터팬이 사는 '네버랜드' 같은 꿈의 공간이어서 입장하는 순간 30대 직장인인 내가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동심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유니버셜에는 '해리포터 호그와트 성'이 있다. 해리포터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청소년 시기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단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책은 안 읽었다 치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해리포터 영상, 영화 등을 본 적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해리포터의 대표 OST 딴따라딴~따다~다 음악만 나와도 왠지 모르게 뭉클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해리포터 성에는 총 2개의 놀이기구가 있는데, 오후 7시쯤에는 둘다 줄이 그닥 길지 않다. 각각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탑승 가능! 주말에 유니버셜에 오면 어떤 놀이기구든 줄이 길어서 패스트 패스 없이는 힘들겠다 싶었는데, 평일 유니버셜은 별도의 패스트 패스가 없어도 널널하게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매주 유니버셜에 온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꼭 하루에 모든 놀이기구를 타야 한다는 강박이란 없었다. 올 때마다 놀이기구 2~3개씩만 타고 가자는 목표를 가졌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 또한 그랬다. 다음주에 또 오면 되지!, 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을 가볍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날그날 유니버셜 어플을 보며 기다림이 적은 놀이기구 위주로 줄을 섰다.

3주 연속으로 유니버셜을 갔다가 집을 향하는 길. 주차장까지 이어진 화려한 길과 친구들, 아이들의 뒷모습이 너무나 익숙했다. 먼 훗날, 이 날들이 얼마나 꿈처럼 여겨지게 될지 알고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친구,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카메라를 들었다.


총 3번 이상 유니버셜을 방문한 이후에도 아이들은 저녁에 외출을 할 때면 "오늘도 유니버셜 가요!"하고 외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났다.


유니버셜이 그렇게 쉽게 가는 곳이 아닌데 말이야, 참.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모두에게 즐거웠던 2024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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