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전 6시 요가 클래스를 다녀왔다. 5시40분에 일어나 전날 서랍 위에 올려둔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해뜨기 전 드라이브를 한 게 얼마만인지. 오랜만의 새벽 드라이브에 감성이 촉촉해졌다. 자동차 안에서는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왔다.
팬데믹 때는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오전 5시에 일어나 새벽을 즐기는 삶을 살았었는데, 팬데믹 이후 정상생활로 돌아오면서 미라클 모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아이들 도시락을 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기 때문인데, 사실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도 미라클모닝은 얼마든지 가능할테다. 다만 그 마음을 못 먹는 지금의 내 자신이 아쉬울 뿐이다.
사실 전날 밤까지도 오전 6시 요가 클래스를 동록해야 할지 말지에 대해 짧은 고민을 했었다. 아침에 모닝콜이 5:30에 울리면 분명 후회의 감정이 밀려들텐데, 굳이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요가를 가야하나 싶었다. 지난해까지 재택근무를 하다 올해 1월부터 출퇴근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난 늘 잠 부족에 시달렸다.
매일 사무실에 나가다 보니 확실히 지난해와 비교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 후 아이들을 차례로 픽업한 후, 집에 와서 저녁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밤 10시가 넘어간다. 하루종일 나만의 시간을 전혀 가지지 못했다는 박탈감에 휩싸인 나는 잠들지 못하고 그때부터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긴 시간 집중해서 봐야하는 드라마 보다는 유튜브 짧은 영상들의 바다에 풍덩 빠진다. 영상 파도타기를 하다보면 어느덧 자정이 넘어간다. 그제서야 겨우 잠이 들고, 또다시 아침 6시30분이면 모닝콜이 울린다.
올해 상반기는 그런 삶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그런 반복되는 삶에서 내 영혼에는 조금씩 노폐물이 끼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실제로 '깨어있는' 시간을 살지 못하고 그저 물 흘러가듯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일을 하고 육아를 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과 허무함이 나를 주기적으로 덮쳤다.
상반기 내내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독서와 명상 하는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않기 때문이란 것을 이제야 인정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이직 후 따라온 것이 아니라 내가 나만의 시간을 아껴쓰지 못한 결과였다.
전날 밤에는 아이들을 재우며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을 읽었다. 그녀의 삶이 가감없이 솔직하게 쓰인 자서전을 읽으며, 다시 열심히 살고 싶다는 감정이 끌어 올랐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오전 6시 요가 클래스를 신청했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끝난 후에는 6시 요가 클래스를 들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고, 일찍부터 집을 나와 아이들을 등교시켜야 하므로. 오히려 아이들이 썸머캠프를 다니는 지금(남편이 등교를 책임지고 있다)이 내게는 여유로운 시간인데, 그 시간을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아침 요가를 가기는 힘든데, 막상 다녀오고 나면 '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무조건 든다. 후회이 감정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어나는 순간만 잘 참아내면, 잠보다 훨씬 더 값진 순간을 얻게 된다. 아니, 여기서 순간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아침 요가는 하루 종일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잠보다 훨씬 귀한 하루를 얻게 된다고 표현하는게 적합하다.
요가를 다녀와서 맑아진 정신으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과 남편을 깨웠다. 새벽에 안방으로 뛰어와 나와 남편 사이에서 잠든 둘째에게 뽀뽀를 퍼붓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첫째 아들을 깨우며 "우리 왕자님, 일어나"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좀처럼 하지 않는 낯간지러운 말이다. 그동안은 "빨리 일어나!!"라고 윽박지르기 바빴던 것 같은데, 왜 진작 이렇게 다정하게 아이들을 깨우지 못했을까. 다정한 엄마 목소리에 아들도 배시시 웃으며 잠에서 깨어 난다. 아이들과 행복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출근한 오늘, 사무실에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는 감정이 찾아왔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네, 하는 현실을 긍정하는 마음이 실로 오랜만에 들었다.
새벽 요가는 확실히 몸과 정신 모든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벼워진 몸 덕분에 하루종일 움직임 또한 가벼울 수 있었고, 맑은 정신은 긍정적인 사고를 이끌어냈다. 이쯤되면 새벽 요가를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안 가는 게 바보다.
휴대폰에서 요가 학원 앱을 열어 다음주 월요일 오전 6시 수업을 신청했다. 벌써부터 월요일의 새벽 시간이 기다려진다. 월요병도 날려줄 새벽 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