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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Apr 11. 2019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랑의 온도 원작 소설 읽기




#1 꽤 마음에 드는


  2017년 ‘사랑의 온도’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처음 접한 게 아마도 본방송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두 배우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 그렇기에 감상 전 내 관심을 끌었던 요소는 단 세 가지였다.


1.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2. 메인 포스터가 감성적이다.

3. 박정우 역의 김재욱 배우를 좋아한다.


감성이 마음에 드는 포스터이다.


  나는 사랑, 로맨스에 예민한 사람이다. 그것들에 지대한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첫 느낌이 좋은 로맨스물(소설, 영화, 드라마 등 가리지 않는다)이어야만 ‘시작’한다. 끝까지 갈지 말지는 그 후에 판단한다. 느낌이 끌리지 않는 것은 시작조차 않는다. 사랑의 온도는 특히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다. 포스터 하나 만으로도 저 배우들을 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서브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재욱 씨는 10년간 애정 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2 원작 소설을 읽다


  로맨스물은 주로 영화나 드라마로 접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가 최근부터 한국 로맨스 소설에 관심이 생겼다. 타이밍 좋게 눈에 띈 책이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바로 인상 깊게 보았던 드라마 사랑의 온도의 원작 소설이었다. 유명한 드라마의 원작 소설은 손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미 끝까지 감상한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소설 속의 묘사에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배우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정선 역의 양세종, 정우 역의 김재욱을 상상하며 읽었다. 소설 속의 묘사와 똑 닮았다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3 현실적인 남자


드라마 속의 온정선은 바른 남자였다. 드라마 이후 양세종 배우의 인기가 대박 난 것에 ‘바른 남자 온정선’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소설 속 온정선은 그저 현실적인 남자였다. 흔하지는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은 그런 남자 말이다.


한 열흘 됐어. 니가 그렇게 신호를 줘도 알아채지 못해서, 다른 여자 만나기로 했어


  둘의 운명은 이때부터 엇갈리기 시작한다. 초반부에 이뤄질 ‘뻔’ 했던 둘은 갑자기 시작된 정선의 연애로 어긋나 버린다. 나중의 설명이지만 정선은 평생토록 한 여자만 사랑하고 싶은 남자였다. 그래서 처음 어긋나 버린 그 사건(정선이 다른 여자와 연애하기로 한 것)은 절대로 사소한 일이 될 수가 없다.


현수와 사랑할 기회를 자신의 손으로 놓쳐버린 정선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둘은 애초에 상처 받은 관계였다.


  평생 단 한 여자만 사랑하겠다는 생각은 평범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지키는 남자는 평범하지 않다. 정선은 평범한 남자였다.


단 한 번의 사랑을 놓쳐버린 정선은 이내 타락하고 만다. 사랑을 놓쳐서 타락한 것일까, 타락하기 위해 사랑을 놓은 것일까? 사실 정선은 자신의 타락을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어긋나는 둘, 무엇 때문일까? 한 여자만 바라보기로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린 정선 때문일까?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현수 때문일까?




#4 피상적인


사랑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상처 또한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상처는 사랑에 따르는 필수 사양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은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명희 작가는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통해 현대사회의 피상적인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상적 : 본질적인 현상은 추구하지 아니하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에만 관계하는. 또는 그런 것.


  모든 사람들은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네 명의 남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상처’를 감싸기에 급급해서, 눈 앞에 다가온 기회를 잡지 못한다. 이미 아파봤기에 더 이상 고통을 겪고 싶지도 않다. 사랑 앞에 용기 있을 수 있는 자는 사랑에 무지한 자다.


  네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피상적인 관계로만 머문다. 필요에 의해서, 필요할 때만 찾는 관계는 명료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없다.


  피상적 소통은 현대사회의 문제다. 소설 속 PC통신으로 만난 정선-현수-홍아처럼, 현실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PC뿐만이 아니라 더 간편하게 어플 하나로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완독 후, 작가가 던진 ‘피상적’이란 단어를 곱씹어보게 된다. 씁쓸하게도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5 원작의 매력

  

  드라마와 소설은 다른 전개를 보인다. 읽다 보니 놀라서 “이 소설이 그 드라마가 되었다고?”라고 묻게 된다. 드라마는 참 예뻤지만 소설은 아름다웠다. 이렇듯 드라마화된 원작 소설이 가진 매력은 ‘드라마 와의 차별성’이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큰 매력이 느껴지고, 그게 또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것. 하명희 작가의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와 ‘사랑의 온도’를 모두 본 사람으로서 둘 중 하나 다시 감상한다면 고민 없이 소설에 두 손을 들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키워드는 고독이라고 한다. 피상성에는 고독이 따르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랑을 하며 고독을 견딜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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