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베를린 부부-Piggy
이제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기는 시종일관 부지런하다.
오래된 독일 건물의 마룻바닥은 그 부지런함에 재미와 성취욕을 동시에 느끼게 하니 아기에게 얼마나 좋을지.
한국의 마룻바닥과 달리 독일(오래된 건물인 우리 집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듯)의 마룻바닥은 원목 그대로의 바닥으로 마루 틈새가 있다. 오래될수록 삐걱삐걱 소리도 나고 틈새도 더 벌어져서 먼지가 끼기 참 좋은 구조다.
마룻바닥 사이에 껴있는,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먼지를 아기의 작은 손가락으로 파서 먹는데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매일 내 속을 터지게 하는 이유식을 먹을 때와는 다른 모양새이다.
청소기를 돌려봤자 사이의 먼지는 제대로 빠지지도 않고, 대체 언제부터 껴있던 건지도 모르는 그 부스러기들을 마치 금가루를 찾는 듯 소중하게 손가락으로 파서 빠르게 먹는다.
아기 위생에 조금(많이) 무딘 나라여서 다들 그게 뭐 어때서 분위기인데 나는 아직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저 조금 덜 찾아 먹기를 바라면서 지켜볼 수밖에.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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