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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Apr 09. 2020

책에서 하지 말라는 육아방식

by 베를린 부부-Piggy

첫아기이다 보니 아기가 자라는 모든 과정이 새롭고 어렵다. 

그중에 이유식은 정말 엄마가 아닌 인간의 본성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인 듯하다. 

열심히 온갖 유기농을 갈고 쪄서 만든 이유식을 한입 먹고 뱉어버리고, 내가 만든 것이 맛이 없나 싶어서 시중의 브랜드별로 사서 말 그대로 갖다 바쳐도 입을 꾹 다무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나조차도 감당하기가 힘들다. 

안 먹을 거면 곱게 안 먹던지 머리카락이며 바닥이며 옷이며 죄다 난장판을 치니 먹이고 치우는 게 힘들어서 식사시간이 다가오는 게 무섭기까지 했다. 식판을 탕탕 내리치기도 하고 울고불고하는 아기에게 같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도 하고 급기야 마음속으로는 숟가락을 저 우는 얼굴에 던지고 싶다는 생각도 수십 번은 한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잘난 육아서적들은 한결같이 아이를 기다리고 안 먹는다고 자리를 옮겨가며 주지 말라고 하니 나도 철석같이 믿고 애가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자기 자리에 앉혀놨다.

밥은 밥대로 다 버리고 나도, 그리고 아기의 감정도 상할 대로 상하기를 반복하다가 나는 절대 하지 말라는 "쫒아다니면서 먹이기"를 시작했다. 

이유식이 덕지덕지 묻은 손으로 온 집을 헤집고 다니든지 말든지 바닥에 내려놓고 기분을 맞춰가며 먹이고 눈치를 보다가 앉을 것 같은 날은 잽싸게 의자에 앉혔다. 

그렇다고 안 먹고 시작하던 아기가 갑자기 신나서 먹지는 않지만 아기는 덜 울고 나는 맘을 좀 비우게 됐다.

물론 지금도 하루 건너 하루는 뒷머리가 당길 정도로 화가 나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주 조금 빈도수가 줄었다.


배고프면 먹으니 그냥 굶기라는 말도 들어봤고 울어도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생각할 때까지 두라는 말도 들었다. 그대로 따라도 해보았다. 아직 앞으로 갈 길이 먼 육아기에 결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결과는 모든 건 되는 애나 되고 되는 부모나 되더라는 것이다. 


하루 세끼의 식사 중 2번을 울지 않고 먹으면 성공이고 1번은 울다가 결국 분유만 먹기를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육아서적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맹목적으로 따라 하다가 나처럼 엄마도 울고 애도 울 수 있으니 멀찌감치 대각선으로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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