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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Apr 23. 2020

내 맘 같지 않네.

by 베를린 부부-Piggy



인간관계 내 맘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남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도 하다. 

내 행동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고 내가 받은 적도 있다. 

부모님 밑에서만 살다가 혼자 외국에 나와서 살면서 많은 사람이 내 삶을 지나갔다.

거절하고 난 뒤 어색함이 싫어서 이리저리 끌려도 다니고 충분히 즐겨도 되는 상황에 남들 눈치를 보면서 기쁨을 맘껏 누리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에 이리저리 길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내가 만든 마음길이 생겼다.

이렇게 차근차근 조금씩 걸어 다니면 될 줄 알았다. 아기를 키워보기 전엔.


주체자를 나로 놓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때로는 상대와 맞춰가면서 별 불만 없던 마음길이 요즘처럼 요동치던 때가 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

낮에 내내 아기와 싸우고 울리고 화를 내다보니 문득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울려서 밥을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밤마다 화를 내면서 재울 수도 없지 않은가.

내 시점에서도 참 행복하지 않지만 아기 입장에서는 얼마나 삶이 재미없을까 생각이 드니 할 짓이 아니었다. 


문제점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정말 쉬웠다.


왜 나는 화를 내지? 

--->> 내가 만든 이유식(내 입에 너무 맛있고 정성스레 없는 시간 쪼개서 만들었는데)을 감히 네가 안 먹어?

--->> 밤에 네가 일찍 자야 낮시간 내내 탈탈 털린 내 영혼이 좀 쉬지 않겠니, 왜 바로바로 알아서 안 자는 거지?


이유는 나였다. 결혼 전, 친구들 관계에서 나름 쿨함을 유지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아기에게는 세상 집착과 내가 정해놓은 생각, 내 스케줄, 내 감정이 똑같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라는 수많은 명언들을 뒤로하고 나는 아기는 곧 나!로 생활했던 것. 

사실 과거형으로 쓰면 안 된다. 나는 오늘도 아기에게 나를 투영시키는 짓을 이것저것 골고루 했기 때문에.


엄마가 생각난다. 

자식 키워보면 내 맘 안다던 우리 엄마의 말(이건 내 동생한테 하는 말이었다. 난 모범적이었다)


아, 진짜 내 맘대로 되는 거 하나 없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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