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출산문화, 헤바메 이야기

by 베를린 부부-piggy

by 베를린부부

독일의 출산문화 중 하나인 헤바메(Hebamme)는 "출산도우미" 혹은 "산파"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예전에는 집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가정 출산을 돕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보통 출산 전 후로 집으로 방문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체크해준다. 특히 출산 후 첫 달에는 거의 매일 혹은 2일에 한 번씩 집으로 방문 해 모유수유, 아기 목욕, 아기의 탯줄 상태, 엄마의 회복 속도 등을 체크해주고 관리한다.

나의 헤바메 "Steffi" by Piggy

이 모든 과정은 건강보험에서 처리가 되기 때문에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 독일의 출산 복지정책 중 하나이다.


요즘 베를린은(찾아보니 독일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베이비붐"이라고 한다. 한국은 저출산의 끝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반대로 이 곳은 아이가 넘쳐난다. 그래서 헤바메를 구하는 것, 출산을 위한 병원을 찾는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가 다닐 어린이집을 찾는 것 등 임신 초기부터 알아보고 예약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 덕에 임신 초기부터 다른 예비부모들과 보이지 않는 '눈치 전쟁'이 시작된다. 산부인과에 가면 각 지역별로 헤바메 리스트가 적힌 책을 구할 수 있는데 경쟁이 치열한 지역은 30-40통 이상 전화를 하고 메일을 계속 보내도 겨우 구할 수 있을까 말까라고 한다.


우리는 다른 집들보다 늦은 임신 7-8개월쯤 뒤늦게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약속한 날짜에 연락도 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서로 연락이 엇갈리는 등 이러다 못 구할 수도 있으니 헤바메가 없어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단념하려던 참에 겨우 한 명과 연결이 됐다. 그녀의 이름은 스테피"Steffi"이다. 그녀는 약속한 날짜에 집으로 직접 찾아와 자신의 경험이나 특별한 기술 등과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출산까지 함께 하기로 '계약'했다.


"산파"라는 단어의 느낌 때문인지 할머니쯤 되는 사람을 생각했었는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내가 상상한 헤바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 봤을 땐 너무 젊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아이가 다섯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와 신랑은 그녀를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했다. 아이 다섯의 엄마가 이렇게 활발하게 직업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독일에서 침을 맞을 줄이야 by Piggy

요가, 필라테스, 마사지 등 헤바메들은 각자 임산부에게 도움이 되는 '특기'들을 가지고 있는데 나의 헤바메 스테피의 특기는 "순산 침"이다. 임신 10개월 차가 되는 날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찾아와 침을 놔준다고 한다. 한국에선 임산부는 오히려 침을 안 맞는다고 하는데 동양의 전통 의료기술인 침을 독일인에게 독일에서 맞는다니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스테피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처음 침을 맞았다.

집으로 온 스테피는 나를 소파에 앉히고 무릎 밑에 쿠션을 받쳐 준 뒤 20분 동안 가만히 있어야 되는 자세이니 편하게 있으라고 했다. 무릎 아래쪽으로 침을 맞았는데 한쪽 다리에 3군데씩 총 6개의 침을 다리에 꼽았다. 사실 침도 침이지만 신랑은 이미 출근했고 침을 맞는 20분 동안 스테피와 어색하게 있으려니 그게 더 암담했던 것 같다. 나의 초저급 독일어로 뜨문뜨문 대화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갔다.


뭐 아직 효과는 잘 모르겠다. 첫 번째 날이기도 하고 이게 과연 얼마나 순산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침 때문인지 기분 때문인지 어제 하루 종일 낮에는 노곤 노곤하고 밤에는 평소보다 더 숙면을 취했다. 신랑이랑 한 번 맞아보고 이상하면 하지 말자고 했었는데 우선 남은 3번을 다 채워보기로 했다. 그전에 아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자궁문을 부드럽게 해 준다는 산딸기 차 by Piggy

그리고, 또 하나 순산을 위한 차를 어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독일에는 차 종류가 참 발달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급스러운 영국의 차문화 느낌보다는 약대신 마시는 천연재료의 느낌이랄까.

산딸기 잎차도 임신 35-6주 차부터 마시는 전통차이다. 자궁문을 부드럽게 해서 출산할 때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맛은 그냥 풀 맛의 녹차 느낌 정도. 너무 일찍부터 마시면 조산의 위험이 있다고까지 하는 이 차는 헤바메에 따라서 추천하기도, 안 하기도 한다고.


초산, 게다가 독일에서의 임신생활 동안 신기한 경험이 꽤 있었는데 앞으로 출산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독일 사람들이 좋다는 건 나도 따라 하고 있긴 한데,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뭐, 여기서 다들 그렇게 건강한 출산을 한다고 하니 믿어봐야지.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임신 36주 차 독일어 까막눈의 아내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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