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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부부 Mar 28. 2019

38주 차 임산부

by 베를린 부부-Piggy

2주 전, 36주 차에 병원을 가니 의사 선생님이 아기가 이미 골반에 머리를 끼고 나올 준비가 되었다고 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나 같은 초산은 대부분 예정일보다 늦게 나온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엄마와 통화를 하니 세상에, 나도 2주일이나 빨리 태어났다고 한다. 그 날부터 부지런하게 아기용품 준비를 시작했다. 아기 빨래를 일주일 내내 돌리고 지인들에게 받아온 장난감과 가구를 닦고. 아기 세제는 종류가 또 어찌나 많은지 독일 맘 카페부터 한국의 맘 카페까지 검색을 거듭해서 이것저것 구입했더니 아기세제만 5-6개, 중간중간 나와 신랑의 빨래까지 하다 보니 세탁기가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이미 아기 엄마인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빨래는 이제 나의 일상이 될 거라고 빨래건조대를 하나 더 구입할 것을 조언한다. 평화롭고 느리게 굴러가도 별 문제없던 집안일에 한순간에 레벨업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무한반복 화장실 여행 by Piggy

몸의 변화도 하루하루 다르다. 새벽에 화장실을 간다고 잠을 설치는 일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먹는 족족 싸기 바쁘다. 한동안 변비로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수분까지 다 빠지는 느낌이다.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하고 막달에 오기도 한다는 "자연 관장" 인가 밤새 증상 놀이를 한다. 그렇게 밤마다 가진통이 반복되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 보니 하루하루 아기에게 "낚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왠지 심상치 않다고, 내 전화 잘 받으라고 신랑에게 얘기하고 신랑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하길 2주일째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까지 힘들던 몸이 오늘은 또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다. 아기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임신을 하면 흔히 몸무게가 얼마나 찌는지, 빠졌는지 얘기하는데 나도 부지런히 체중이 증가했다. 그와 함께 배도 꾸준히 커지는데 사람의 피부는 도대체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체형이 변하니 당연히 자세도 변한다. 원래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임신을 하니 팔자로 더 벌어지는 다리와 앞으로 나오는 배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무릎으로 한 번 자세를 바꾸려면 온 몸을 뒹굴러야 한다. 뛰지도 못하고 팔자로 뒷짐 지고 걷는 모양새가 세상 양반스러울 수 없다.

에헴, 이리오너라 by Piggy


이렇게 저렇게 몸이 변하고 하루하루 힘들다고 하면 주변의 아기 엄마들은 지금을 즐기라고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밤마다 출산 후기를 읽으며 두려움에 떠는데 출산 <임신 <육아 순서로 출산이 젤 쉽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대다수이다. 과연 육아의 세계는 어디인지 가늠조차 되질 않는다.


예정일까지 2주일, 나는 오늘도 사소한 증상에 출산의 징조일까 인터넷을 무한 검색하고 있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임신 38주 차 독일어 까막눈의 아내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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