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차 임산부

by 베를린 부부-piggy

by 베를린부부

베를린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을 했다. 나이도 있어서 사실 생각지도 않은 빠른 임신에 놀랄 틈도 없이 나는 입덧으로 몸져누웠다. 평소에 누워서 노는 거라면 자신이 있었는데 배 멀미하는 느낌으로 하루 종일 누워있자니 끝이 안 보이는 막막한 날들이었다. 게다가 2018년 기상이상으로 전에 없는 폭염이 베를린을 찾아왔고, 선풍기도 없는 집에서 창문만 바라보고 누워있던 그 시간은 지금까지 잊히지가 않는다.


꼼짝없이 누워만 있던 그때는 어찌나 시간이 안 가던지 대체 아기가 태어나는 그 날은 오기나 하려나 했었는데 32주가 지나가는 요즘은 하루하루 시간이 말 그대로 순삭 되는 느낌이라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초조함이 생긴다.


한국에서는 초기에만 질초음파를 한다는데 내가 다니는 베를린의 산부인과는 얼마 전 30주에 병원을 갔을 때도 질초음파를 했다. 아기가 큰지 작은지 음식을 조절해서 몸무게를 신경 써야 된다는 등의 한국의 맘 카페에서 읽었던 정보들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아기는 보통 크기로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니 한 달 있다가 오라는 얘기만 들었다. 9개월 동안 산부인과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알레스 굿(Alles gut!)이라는 "다 좋아!" 정도의 뭔가 인사말 같은 진단이다.


한 번은 비가 와서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진 적이 있는데 검진 때 얘기하니 "앞으로 넘어졌어? 뒤로 넘어졌어? 뒤로 넘어졌음 괜찮아"라는 쿨가이 진단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난 뒤로 넘어졌다. 역시나 내가 밤낮으로 들어가서 검색하는 한국의 맘 카페의 세심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병원은 수액 맞으러 가본 적도 없는 나에겐 임신은 세상 무서운 일인데 다 괜찮다고만 하니 원.


최근에 지인에게 독일에서는 아기가 거꾸로 있어도 돌려서 자연분만을 유도한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게 다 평균적으로 체격 좋고 건강한 독일 여성을 기준으로 다 괜찮다고 하는 거라는 나만의 확실을 갖고 조금은 적극적으로 유튜브에 "순산하는 요가"라고 검색을 하고 따라 하고 있다. 처음엔 유튜브에 나오는 강사님들도 임산부인데 나는 임신 전에도 안되던 자세(예를 들면 스쿼트)를 쉽게 하는 걸 보고 "나도 되나?" 해봤다가 일주일 동안 걸을 때마다 어찌나 고통스럽던지. 임신하면 되는 건가 생각했던 나는 조금이라도 더 쉽고 빨리 끝나는 영상을 찾는 인간이 되고 있다.

주로 앉거나 누워서 하는 동작을 선호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걸 보면 무근육 37년의 삶이 참으로 정직하구나 싶다.


homeyoga.jpg 요가는 역시 누워서 쉬는 것 by piggy


베를린에서의 임신생활을 조금 더 얘기해보자면(_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것도 독일어 못하고 1년도 아직 살아보지 않은 초보 생활자) 독일에서는 헤바메(Hebame)라는, 한국으로 치면 "산파", 직업이 아직 존재한다. 의사와 환자의 징검다리 역할로 출산병원에서 의사와 함께 아기를 직접 받기도 하고 퇴원 후 집으로 찾아와 산모와 아이의 건강상태를 봐주기도 한다. 각각의 헤바메들은 개인마다 특별한 기술들이 있는데 가정 출산, 마사지, 요가, 침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나의 헤바메는 특이하게도 "침"을 놔준다고 한다. 10개월 차, 그러니깐 출산 전 마지막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방문해서 무릎 밑으로 침을 놓아서 순산과 혈액순환을 도와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임산부에게 침을 놔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3월 중의 첫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침을 맞아보고 나의 헤바메(Hebame)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겠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임신 32주 차 독일어 까막눈의 아내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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