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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솔로지클럽 Apr 07. 2023

[같이 사업할래?] 조이 : 정말 두려웠던 적 없었어?

프리랜서 동업기/ 에이전시 운영/ 친구랑 사업하기

정말 두려웠던 적 없었어?



조이 : 

같이 교환일기를 쓰기로 하고 너한테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게 뭔지 생각해봤어. 사실 미주알고주알 모든 얘기를 100% 솔직하게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고, 때론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너기에 뭔가를 묻는다는 사실 자체가 새삼스러웠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고민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두려움’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더라?


넌 우리의 여정이 두려웠던 적이 없었니? 난 사실 돌아보면 매순간이 두려웠던 것 같아. 비겁하게도 너한테 많이 말했던 것 같지만, 난 나와서 해나갔던 매순간이 정말 두려웠어. 회사 밖으로 덜렁 나와서 마주한 모든 게 다 처음이었으니까. 진짜 돈 벌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되는게 맞을까? 자기 확신이 무너지는 순간도 되게 많았고. 또 우리가 어려운 일을 그새 좀 많이 겪었니? ㅎㅎ 무슨 드라마 한 편처럼 별의 별 기승전결이 다 지나갔잖아.


근데, 두려움이 있다고 해서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왜냐면 네가 단단히 버티고 같이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거든. 넌 어른스럽게도 한 번도 두렵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지만 얘기했잖아. 난 2022년 4분기에 너 덕분에 마크트웨인의 명언, “용기란 두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됐어.


항상 “고요야, 근데 이게 될까?”라고 말하는 나한테 “이거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근사해.”라고 말해준 덕분에 힘을 얻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 이거 피상적으로 그냥 하는 말 아니야. 그간 일기 쓴 거 보여줄까?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이 무너졌었는지, 그리고 네가 매번 어떻게 일으켜줬는지 알거야. 거의 매일매일의 일기에 너랑 얘기를 나누고나니 머리가 말끔해졌다는 문장이 나와서 그건 빼고 골라봤어.


2022년 10월 17일

“요가를 실컷 하고 와서 윤하랑 나이트 루틴, 모닝 루틴을 만들자, 아침을 더 일찍 끌고오자고 얘기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인생에 정말 큰 축복이다. 윤하랑 얘기했는데 서로 덕분에 일하는 게 두렵지 않고, 배우는 마음으로 하게 된다고, 소풍처럼 즐기며 하자고 말했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


2022년 11월 24일

“연속되는 어려움을 마주한 후, 자신이 없고 스스로가 해나갈 일이 두렵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고요를 만나서 고요야, 나 성공하고 싶어.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어라고 말했다. 고요랑 오랜만에 요가를 하니 몸에 쌓인 독소와 먼지가 털리는 기분이었다. 잘 끝내고 스벅에 가서 커피를 나눠마시며 열심히 일했다. 진짜로 열심히 했다.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은 이 다음의 문제다. 그걸 잊지 말아야지.”


2022년 11월 25일

“에펙과의 씨름을 하다가, 결국 프리미어까지 돌려가며 만들었다. 그런데 또 하면 할 수록 컴퓨터는 느려지고, 카고도 안 돌아가고. 결국 내 성질머리가 먼저 돌아서 엉엉 울었다. 눈물이 비처럼 쏟아지는데 일은 해야겠어서 모니터 앞에서 눈물 닦아가며 독기로 일했다. 오늘의 눈물은 나중의 에피소드가 되리라.”


2022년 12월 5일

“아침에 일어나 윤하와 서로를 다잡으며 마음을 토닥이고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진짜 좀 자신있게 html/CSS 초보 딱지를 뗐다고 말할 수 있다.”


2022년 12월 7일

“윤하가 알간지 영상을 보내줘서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새삼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고, 앤솔로지클럽이 뭔지 정의내리며 애쓰는 우리가 대견했다. 삶의 매순간이 행복하면 좋겠지만 그 누구라도 그럴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걸 깨달아가는 중에 있는 우리가 조금 더 안정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금방 해내겠지만, 그것에 몰두하되 매몰되지 않기를”


다시 읽어보니까 난 생각보다도 더 자주 무너졌었더라고. 어떨 땐 울었고, 어떨 땐 열받아서 씩씩 거렸더라.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넌 옆에서 잠잠히 위로해주며 함께 견뎌줬더라. 일기 다시 보는데 좀 부끄럽고 미안했어.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겠다 싶더라.


너라고 왜 안 두려웠겠니! 말하지 않았을 뿐이겠지. 그동안 마음이 힘들었겠다. 든든한 의지가 되어줬어야 하는데 내가 그러지 못했던 순간이 많은 것 같아 미안해.


두려웠었던 적 없었니라는 말 대신 다시 물어볼게, 너도 두려웠었지? 그 모든 두려움과 수고스러움의 첫 고비를 넘어 ‘독립’을 증명해낸 우리는 너에게 많은 빚을 진 것 같아.


앞으로의 여정에서는 더 멀리보고, 똑똑하게, 그리고 “이게 될까?”같은 자조섞인 말 대신 “이거 어떻게 하면 더 잘될까?”로 바꿔서 말할 줄 아는 동료가 될게.


두려움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줘야해. 그럼 그때 내가 “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거야. 고요야, 근사해!”라고 말해줄게. 네가 나한테 항상 해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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