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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Sep 10. 2024

비타민이 되어 드릴게요.

감사편지 서른네 번째.  구미시 청소년 상담센터


운명처럼 만난 단체가 있습니다.

삶의 중반을 온통 꽉 채운, 마지막까지 이것만은 붙들고 싶었던 어린이집의 폐원 신고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만 두기까지 몇 년의 고민과 갈등이 무색하게 폐원신고는 접수 후 5분 만에 처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서 허리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시청 담당자에게 "아 이제 진짜 백수입니다" 하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몇몇 분에게


"나 어린이집 폐원했습니다"

"진짜요?"


 설마? 했던 일을 이렇게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며 당황해했습니다.


"자유의 몸이 되신 거 축하드려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본인보다 더 진한 아쉬움과, 시원섭섭한 감정의 여운이 곁들여진 인사를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전달된 톡 하나!!!


2022년 카운슬러대학 / 21기 자원상담원 모집.  홍보 포스트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을 했습니다.

청소년에 대한 비전을 늘 품고 있었기에 60이 되면 그 길을 가겠다고 다짐 다짐을 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저에게로 전달되어 온 겁니다.

그렇게 며칠 후. 가을이 성큼 다가온 9월 중반에 카운슬러 대학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저의 삶은 출발했습니다.





곰곰이 팀장님과 동그라미방(21기 집단상담팀원방) 선생님들에게


먼저 곰곰이 팀장님! 진짜 진짜 축하합니다.

미혼인지 기혼이지 궁금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아기 엄마가 되어 육아휴직을 떠나셨군요.


우리 처음 집단상담으로 수업이 시작된 날. 저는 이렇게 까지 제 삶이 송두리째 바뀔 거라는 기대는 없었어요.


오랜 시간 이런저런 수업들로 한두 번씩은 해 봄직한 프로그램들이었고, 집단으로 하는 상담 8주간의 시간이 무어 그리 삶의 변화가 주어질까 그랬었죠.


1차, 2차. 3차 상담의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급진적으로 진행되었지요. 그건 아마 서로를 모르는 관계여서 선입견이 없었고, 곰곰이 팀장님이나 팀원들의 성품과 경청하는 자세들이 기본적 배려로 밑바탕이 잘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에게 한 번도 털어놓지 못했던 저의 10대를 몽땅 털어놓았어요. 그리고 알았죠. 나의 10대를 먼저 토닥여 주어야 한다는 걸.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 적기 시작했어요. 글로서 쏱아내었죠.


저의 깊은 내면에 꽁꽁 얼려두었던 감정들을 토해내면서 때론 아팠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지' 하고 덮어버리기엔 섬세한 저의 감정들이 너무 많이 다쳐있었습니다.


'수치심'이란 감정으로 오랜 시간 저의 삶을 비틀어버린 기억들이 이제


그건 네가 짊어질 몫이 아니었어. 그 시대 배경이 그랬고, 그들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웃어른들이 한 것들을 다시 흉내 낸 것뿐이었어.
"우리가 못 배워서 그랬어" 엄마가 늘 그러시듯 어쩌면 그 말씀이 진짜라고 이해될 때.


저는 자유해졌습니다.

그렇게 착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하고 싶지 않은 건 거절해도 된다는 것을, 타인의 시선에 맞추는 가면 같은 건 과감하게 버려도 된다는 것을, 나의 존재 자체로 보배롭고 존귀하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행 할 수 있는 자신을 당당하게 사랑해 줄 수 있게 된 겁니다.


팀장님 그리고 동그라미팀원 여러분.


집단상담 마지막 시간, 이제 비타민으로 사는 삶은 그만하고 싶었다는 저보고 그러셨어요.


다시 밝음의 비타민으로 살아달라고.

오늘은 '희야님'의 전화를 받았어요.

사업체의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정리되지 않을 때 제가 생각났다고 하더군요.

너무나 감사했어요.


혹 오늘 제가 나누어 드린 이야기들이 비타민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다시 비타민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저의 가슴으로 비타민 제공하겠습니다.


지난번 적었던 소감문 같이 공유해 봅니다.

이 마음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2024년 9월 10일 늦은 밤. 바다의 별 드림



[소감문]


그냥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주관하는 것이어서 아무런 문의고 갈등도 없이 선택하고 왔습니다. 오랜 시간 청소년을 향한 마음이 있었고 비슷한 업무를 했기에 조금은 가볍고 자신 있었습니다. 내가 이 일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될 때쯤 집단상담을 통한 나눔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편하게 나 자신을 오픈하기로 했고, 누군가는 내담자의 역할이 필요했기에 드러낸 것이, 저 자신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뒤 돌아보니 집단상담을 통해 계획했던 목표들이 다 이루어진 것이 보여서 공짜로 상담받은 감동이었습니다. 내가 받았으니 이젠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로 인한 봉사가 누군가에게, 아니 이 땅의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소중한 일이 되길 기도해 봅니다.
감사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


2024년  홍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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