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저는 어린이집 연합회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연합회 임원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감사 타깃 1순위가 될 때도 있습니다. 때론 신문기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하죠. 모 신문사 기자분이 제게 제안을 했습니다.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협조를 하면 저희 원 홍보를 책임지겠다는 제의였지만 저의 성향상 이들의 부당한 제의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어느 날 사적 자리에 초대를 해왔지만 이것 또한 거절입니다.
장문의 톡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글귀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지도 점검을 받게 됩니다.
불시에 밀어닥친 시 담당자들은 난감해합니다. 민원이 접수되어 어쩔 수 없이 방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받아보는 불시점검에 분노와 자존심이 폭발하여 내일 당장 문을 닫아 버릴 거라 문을 나서는 시 직원들 뒤통수에 퍼부었습니다.
참 겁이 없었던 건지... 과한 자신감이었는지...
별일 없이 지나갔지만 그 일로 당시 점검을 오셨던 담당계장님과는 잠시 서먹해졌습니다. 그들의 잘못도 아닌데.
그 일이 있은 후에 공모전이 공지된 겁니다.
보육계와 함께 연합회 행사로 진행되다 보니 저도 심사위원자격이 있어 혹 오해의 소지가 생길까 저희 원 작품은 마감시간 전 시에 바로 제출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 빼고 모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저희 원의 '우리는 가족입니다' 작품이 대상을 받은 겁니다.
2013년 11월 일이니 벌써 십 년이 넘었군요.
대상 시상식이 있던 날 시 계장님이 제 손을 잡으면서 그러셨답니다.
"마음고생 많으셨죠? 이걸로 바다의 별의 저력을 다 보여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혹시 그 기자분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물고기가 많이 살지 않더라도 저는 깨끗한 물로 살고 싶습니다. 썩은 내 나는 물에서 오염된 물고기는 별로입니다.
보고 싶은 바다의 별 학부모님들께
사진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지만 아이들 이름조차 어렴풋합니다. 이젠 대학생이거나 수능을 볼 준비를 하고 있겠군요.
벌써 10년이란 시간보다 더 많이 훌쩍 지나버렸어요.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치열했던 정점에서 우리는 '가족'이란 단어를 무수히 사용했었지요.
물리적 가족보다 더 많은 것을 나누고, 공유하고, 공감을 하고, 그랬어요. 아무런 경계도 세워 놓지 않고 마냥 사랑만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겠다고,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제가 못 지켰어요. 지나간 사진들과 글들을 보면서 어머니들과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그려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운지 밤이 하얗게 지새워가는데 저는 이 글을 놓지 못합니다.
기억나세요?
우리 이 공모전 준비하느라 몇 날 며칠을 모여 머리를 맞대었지요. 어머니들이 깨알같이 적어 준 소감들이 아직 책자 그대로 남아있는데 다들 어디에 계실까요?
우리 대상 받은 날 찬서어머니가 대표로 발표해 주셨지요. 제가 사회를 보았었고요.
그때 부러움의 눈빛으로 나누어 주던 인사들이 지금도 느껴집니다.
아마 '열린 어린이집'이 그 당시에도 있었다면 우리가 첫 테이프를 끊었을 거 같아요.
사랑하는 학부모님들!
'바다의 별 이야기'는 두고두고 추억하며 글로써 쏟아 낼 것을 또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제 사인 남긴 책 한 권, 손에 들려드릴 수 있을 때 우리 그 시절에 했던 것처럼 가족 여행을 떠나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