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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Aug 20. 2024

저부터 할게요!!!

감사편지 서른한 번째.  다음세대에게 빌려온 환경을 위하여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7월 마지막 한주를 초등학교 '여름방학 돌봄 학교'에서 보조로 섬기게 된 겁니다. 청소년상담센터에서 만난 분의 간절한 부탁으로 호기심 반 부담감 반으로 시작된 학교생활은 현 초등학교 시설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막바지 리모델링 중인 학교는 화장실을 포함한 모든 실내 에어컨이 23℃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춥다고 카디건을 챙겨 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외부 폭염 속에서 작업 중인 분들의 손놀림은 위태로워만 보입니다.


모든 것이 풍부합니다.

때맞추어 제공되는 간식. 그리고 점심. 엄마가 정성 들여 싸 주신 도시락을 갖고 오는 친구 두어 명 빼고는 단체급식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풍족하게 먹고 배가 아프도록 돌봄 교사들이 식사를 하지만 남는 잔반은 다시 한번씩 식사를 한다고 해도 남을 양입니다. 버려지는 음식들을 처리하면서 "너무 아깝다"를 쉬지 않고 내뱉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서류상 양을 줄일 수도 없습니다. 신청한 수만큼의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니까요.

도시락을 가지고 온 친구들도 겨우 한 두 개 집어먹고선 뚜껑을 닫아버립니다.


"엄마가 아침 일찍 ㅇㅇ이를 위해 준비해서 보내주셨는데 조금만 더 먹어보면 어때?'


이 한 번의 권유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보조로 잠시 왔다 아동학대로 신고 당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 주 전 일 때문에 더 안타까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하나라도 더 챙겨 먹이고 싶은 마음에 많은 음식 재료들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갔습니다.

아침을 먹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아침 식사라도 챙겨주려는 맘들로 진수성찬의 음식들이 차려지지만 식사를 하는 친구는 극 소수입니다.

특강시간에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향하여 선하게 행하는 작은 실천들에 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 자신의 것을 굶주리는 지구촌 친구들을 위하여 나누는 일에 대한 동영상도 보여줍니다.


일정을 마치고 짐정리가 시작됩니다.  

음식쓰레기 앞에 저의 온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최고의 음식들은 음식물쓰레기통에서 넘쳐나고, 그곳조차 부족한 상황을 바라보노라니 현기증이 납니다.


쌓여있는 과자더미. 라면박스. 그리고 냉장고 가득가득 채워진 음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준비한 누군가의 마음은 이해했지만 이런 상황을 보는 것이 매번 불편했던 터라 처음부터 음식을 해 먹이는 것에 반대를 표했던 저로서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안 보일 거 같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 특강에 집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강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디에서도 풍족함을 넘은 낭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 앞에 솔직하게 마냥 손뼉 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선교단체에서 캠프진행을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선 자신이 먹은 식판을 정리할 때 일일이 검사를 합니다.

김치 한 조각도 남길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규칙을 정하죠.

음식 남기지 않기: 먹을 만큼만 가져가고 필요시 더 가져다 먹기.


처음에는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했지만 잔반은 0입니다. 마지막 날이 되면 검사를 하지 않아도 식판은 깨끗합니다.

아마 이렇게 매년 캠프에 참여한 친구들은 음식에 대한 소중함과 절제를 배우겠지요.






제가 연합회 임원으로서 마지막 [ㅇㅇ 보육인대회] 행사를 마치고 운동장에는 상품으로 구입한 생활용품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우르르 몰려드는 인파를 향하여 외치는 마지막 저의 멘트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상품들은 삼성원(복지재단)에 후원할 겁니다. 제발 챙겨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양손 가득 집어갑니다. 아예 자동차를 들이밀고 트렁크에 실어대는 임원도 있었지요.

저는 마이크를 내려놓았습니다.


티슈 한 박스. 휴지 한 박스. 주방세제 한통에 목숨을 거는 이들에게 저의 소중한 가치가 초라하게 밟히는 순간들을 바라보며 저는 더 이상 이들과 함께 할 수는 없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교회 목사님께서

까만 비닐봉지 챙기는 건 이제 그만합시다!!!


이라 외치시면서 교회 한견에 냉장고와 물품비치대를 준비하셨다 합니다.  사용 후 남은 물품들을 정리해 놓으면  필요한 물품들을 지역분들이 챙겨가시도록 항상 문을 열어 두신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교회는 성도들이 앉을자리가 비좁다고 합니다.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들은 다를 것입니다.

어떠한 행사를 기획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주된 목적에 따라 모든 예산 집행은 달라질 겁니다.


건의합니다.


이제 좀 바뀌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버려지고!! 버려지는!! 음식들. 필요한 만큼 구입하고 나머지는 선교단체나 타기관에 후원금을 보내드리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요?


이것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섬김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두목 목사님!!!


올여름은 뜨겁다 못해 이글대는 불가마 앞에 서 있는 듯합니다.

폭염의 뜨거움만치 올여름은 저의 일정도 뜨거웠습니다.

꽤 많은 날을 집이 아닌 곳에서 지낸 듯합니다.

목사님께서도 뜨거운 사역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목사님!

연일 빨간 경고등이 깜박이는 지구의 기후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됩니다.

역대 기록들을 경신하는 열대야와 폭염. 그리고 이상 기후들.

환경오염에 대한 나름의 염려 때문에 저라도 작게나마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들을 다음세대에게 심어주고자 했었습니다.


목사님과 같이 사역하면서 저와 같은 취지의 활동들을 계획하시고 행하셔서 며칠 목사님과 보냈던 수련회와 비전트립이 그리웠습니다.

넘쳐나지 않아도 진심으로 풍족했고, 여유로웠고, 돌아오는 뒷자리는 빈종이컵하나 아무 곳에 버려지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었지요.


목사님!

새로 오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저의 극 오지랖) 지금까지 댁을 방문하지 못했어요.

교회와 부서가 안정이 되면 찾아뵙겠다고 했던 약속이 생각납니다.  

단풍이 아름다울 때가 될지, 청도의 홍시가 가장 맛있을 때가 될지 모르겠지만, 약속했던 대로 목사님 댁 마당을 저희 집 마당 꽃으로 채우러 가겠습니다.


목사님!


저부터 다시 해 보려 합니다.


종이컵 하나라도 더 줄이고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준비하고 제가 가진 작은 것들을 좀 더 나누겠습니다.


유별나다 할지라도,

누군가 눈살을 찌푸릴지라도.

제가 소중하다 여기는 가치를 더 챙기겠습니다.


진심 어린 다음세대들을 향한 마음으로...



2024년 8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김 ㅇㅇ권사 드림.



# 어제 발행했던 글을 취소하고 본래 취지대로 재 발행했습니다.

읽어 주시고 라이킷 눌러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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