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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Feb 15. 2024

바람은 아무나 피우는 게 아니에요.

감사편지. 여섯 번째


"부부 맞으시죠?"

고 물었습니다.


분과 저는 늘 같은 시간에 강의실에 도착. 수업을 듣고 같은 차를  타고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나이도 비슷했습니다.

누가보아도 수상했나 봅니다.


"관계가 궁금했어요."

꽤 친해지고 나니 이런저런 뒷이야기 들을 다들 털어놓았습니다.


40대 초에 [아동복지학] 편입을 하러 같은 지역 남자원장님과 함께 야간대학에 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낮에는 어린이집 운영을 하고 한주에 2번 저녁에 수업을 가는 일정이었습니다.


학부 때는 25명 남짓한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군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남자는 적어서 교수님들의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만학도들이 많은지라 수업이 끝나면 늦은 저녁을 먹고 2차를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기에 마지막 한분까지 귀가하는 걸 본 후, 이분의 차를 몰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우리 집은 5분 안에 도착하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공식적 부부'라고 원장님들이 농담을 했습니다. 때마다 분이나 저나 심지어 분의 아내 원장님까지 쿨하게 받아주었답니다.



어느 날 지도교수님이 웃으시며 씀하셨습니다.


"자기네 둘 중 도대체 누가 비정상인 거죠?"

"...? "

"안 그러고서야 5년 가까이 주야장천 같이  다니는데 어떻게 아무 일이 안 생기지?

"아~~ 그러게요. 둘 다 비정상인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학부가 끝나고 대학원까지 같은 학교에 같은 교수님들과 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지도교수님까지 같은 분이셨죠.

9학기. 졸업까지 거의 5년 가까운 시간을 같은 길을 같은 목적으로 동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참 신기하게 분과 단 한 번도 둘이서 식사나 차를 마신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옆 좌석에 앉아본 적도 없습니다.

서로 아무 약속하지 않았지만 정확한 선들을 지켜온 것입니다.


대학원 졸업 후 분의 아내 원장님이 말했습니다.


"원장님. 우리 이사장님과 다시 박사까지 하시지요."

무얼까요?

이건 남편과 저를 향한 [신뢰]로 들려왔습니다.



그럼 저희 집 남편은 어떠했을까요?

공부를 하는 동안 친정엄마가 저희 집 살림을 맡아주셨습니다.

늦은 귀가에 엄마는 사위에게 미안했는지, 본인 맘에 들지 않으셨는지


"쟤 좀 이서방이 뭐라 그러게. 일일찍 다니라고. 여자가..."

"장모님 그냥 두셔요. 본인이 하고 싶은데로"


그렇습니다.

 집이나 우리 집이나 본인의 배우자와 상대방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있었습니다.  


[신뢰]때문에 그분과 저의 비정상적(?) 야밤 동행이 5년이나 가능했습니다.




원장님. 아니 이사장님. (그냥 원장님 할래요)


잘 지내시죠?

어린이집이 바로 옆에 있어서 수시로 뵈었는데 제가 질풍노도의 방황의 길로 들어서면서 연락이 뜸했어요.

원장님께서도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었다고 소식은 들었습니다.

코로나 19가 터지기 전이었죠.

대학원동기들 모임에 원장님이 응하지 않으실 만큼 힘든 시기였나 봅니다.

그래서 저도 모른 척했답니다.

우리의 나이대가 그런 시기이죠. 저도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프고 버거운 시기였어요.

이제 건강해지신 거죠? 저도 괜찮아졌어요.


원장님.

사진들을 정리하다 졸업사진을 보았어요.

졸업모자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더군요.

청일점이셨지만 다들 원장님 때문에 즐거워했었죠.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한결같이 운전대를 잡으셨던 원장님 덕분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원장님은 늘 친한 사촌 같요.


원장님.

누군가 먼저 박사과정까지 하자고 했다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동행했을까요?

가끔씩 연합회가 아닌 공부를 선택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지만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 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했거든요.


원장님.

다시 박사공부 도전해 볼까요? ㅎㅎ

저를 신뢰해 준 아내분 원장님께도 감사의 인사 전해주세요.

원장님의 가정과 어린이집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2024년 2월 15일. 바다의 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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