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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Jul 23. 2024

추억(?)의 [여권]

감사편지 스물여덟 번째.  경험은 더 나은 다음을 위하여 필요한 거야!!


태국 치앙마이 국제공항,

귀국을 위한 절차를 밟기 전 맘들이 분주합니다. 누군가 케리어까지 열어젖혔습니다. '이런' 끝내 여권이 보이질 않습니다.


짐을 부치기 전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길게 늘어선 줄 속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두 눈을 질끈 감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주님!'을 속으로 외치는 것밖에 없습니다.


"슬픈 소식이에요"

초 긴장 속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선교사님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같이 더 있고 싶었는데 여권 찾았네"


공항으로 오는 중 가방이 넘어지면서 올려놓은 여권이 차바닥으로 떨어진 걸 모르고 내린 겁니다.

급히 연락을 받고 차량이 돌아오면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긴장해제는 금물이구나'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청년부와 함께 월요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치앙마이에서 4박 5일간의 단기선교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해프닝입니다.



사실 저에겐 여권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기억이 있습니다.

7년 전, 장년부어른들 11분을 모시고 치앙마이로 단기선교를 왔었습니다. 해외로 나오시는 게 처음인 분이 많으셨죠.


얼떨결에 팀의 리더였습니다.

항공권부터 선교물품 구입까지, [MBTI 성격유형] J답게 치밀하기 짝이 없는 업무분장표와 일정들을 계획하고 실행했지만, 상상도 못 한 [여권]이라는 복병이 발생했습니다.


한분이 당일 챙겨 온 여권이 재발급받기 전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해외 경험이 많아 제가 심적으로 많은 의지를 했던 분이었습니다.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항공권취소 시간 몇 초를 앞두고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으로 겨우 마지막 버눌러야 했습니다.


이분은 다음 날 비행기를 타시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항공권 구입을 다시 했습니다. 금액은 처음 구입보다 배 가까이 되었지만 함께 하겠다는 이분의 의지는 남편분이 구미에서 인천까지 여권을 챙겨 오게 하셨습니다.


서둘러 치앙마이로 떠나야 했기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치앙마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울었던 거 같습니다.

은퇴를 하신 나이에 여자분 혼자 공항에서 하루 저녁을 보내셔야 하는 것도, 혼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오셔야 하는 것도 걱정인데, 몇 시간의 피 말리는 긴장감으로 두렵고 서러웠나 봅니다. 옆 좌석이 다 비어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지금도  울컥 눈물이.


무사히 치앙마이에서 재회했을 때의 그 안도감과 기쁨이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게 [여권]이란 이런 죠.

무조건 다시, 또다시 확인하고 챙겨야 하는 물건!!!





치앙마이에서 함께한 청년에게!


왠지 길게 느껴질 거 같았던 일주일이 이렇게 짧게 생각되는 건, 너희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즐거웠기 때문일 거야.


떠나기 전 일주일, 몸이 말이 아니었지.

콧물은 쉴 새 없이 주르륵거리고, 재채기는 왜 그리 연발탄인지.

토요일 링거를 꼽기까지 했었지만 주일 아침엔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었어.


그런데 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하나님께서는 아시고, 생각지 않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집으로 보내주시는 거야.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필요를 공급해 주시고,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할 틈도 주지 않으셨지.

그래서 더 기도를 부탁했고 우리 선교팀을 위해서 더 많은 분들이 기도하셨다고 의심치 않아!


얘들아!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뒤에서 기도만 할 거야' 하고 떠났는데, 너희들과 깔깔대며 소통할 수 있어서 너희들과 함께 사역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어.


첫날 엄청 힘들었지?

누가 그랬잖아. '군대에 다시 온 거 같다고'

그러나 너희들은 다 감당했고, 그 이후에 사역들은 훨씬 수월했을 거야.


선교사님 말씀처럼 우린 관광을 온 게 아니라 영적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선교의 현장으로 탐방을 온 거지.


감사의 제목만 나누라고 강조하시던 선교사님 마음, 이젠 너희들도 충분히 알거라 믿고 있어.

우리의 한마디 불평이 모든 상황을 망칠 수 있는 것이 선교현장이거든.


최선을 다해 섬기고, 열정을 다해 즐기고, 마음을 다해 감사해 준 너희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해!!


다시 우리 함 떠나보자! 괜찮지?


2024년 7월 23일 너희들을 응원하는 김 ** 간사가.




https://story.kakao.com/seestarmj/JLFhdI3I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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