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상

감사편지 마흔아홉 번째. 최고의 선생님

by 바다의별


저 상 받았어요


보는 사람마다 상장을 펴 들고 자랑을 합니다.

대통령 상이라도 받은 듯한 저의 표정에 황급히 상장을 읽어 보다 잠시 눈이 동그래지고 고개를 끄득입니다.

누군가는 엄지 척을 해 줍니다.


12월 마지막주. 예배를 마치자 초등학생과 학부모님이 달려와 멋스러운 케이스에 담긴 상장을 전해 주었습니다.

생각도 못한 상황에 케이스를 풀고 상장을 읽어봅니다.


최고의 선생님 상

ㅇㅇㅇ선생님

위 선생님께서는 한 달 동안 5학년 2반 친구들을 위하여 학교폭력 예방 집단상담 수업을 해 주셨으므로 이 상장을 드려 크게 칭찬합니다.

2024년 12월 29일
ㅇㅇ초등학교 5학년 2반 드림


방학을 맞아 학생 한 명 한 명마다 상장을 수여하시면서 저의 상까지 챙겨주신 담임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져 와 울컥 눈물이 솟아 옵니다.

감사편지 마흔세 번째 편지의 주인공들인 5학년 친구들에게 약속대로 과자를 사들고 방문했습니다. 문밖에서 살짝 전달만 하고 돌아오려고 했지만 담임선생님들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선생님 약속 지켰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유쾌하게 마무리하고 잊어버렸는데 5학년 2반 선생님께서 기억하시고 마음을 보내주신 겁니다.

무엇보다 '최고의 선생님 상'이란 상명은 그동안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리며 살아왔던 30년이 넘는 시간에 대한 가장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26년이란 어린이집 선생(원장)으로서, 30년이 넘는 주일학교 교사로서, 2년의 학교폭력예방 집단상담 봉사자로서의 삶 속엔 부족함과 아쉬움 투성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바람이 이 한 장의 상장으로 모든 것이 보상받는 듯한 감정입니다.

진심 어린 마음은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히 기억되고 그 기억은 다시 감동으로 전해져 오나 봅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 방학 기간 동안 특강 제의를 받고 이력서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를 위해 클릭한 모 기관 센터장에 지원하며 작성한 이력서엔 저의 수상내력이 꽤 길었습니다. 어쩌면 평생 한번 받기가 쉽지 않은 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들을 받으면서 마음이 즐겁기만 한건 아니었습니다. 부담이 되기도 했고 누군가의 질투를 받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죠.

어느 상도 이보다 더 가치로워 보이진 않습니다.


2024년 누군가에겐 아픔과 고통으로 쓰라리다 못해 애끓는 심정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겠지만, 그분들의 마음을 애써 뒤로 하고 저는 너무나 감사함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말처럼 지금 아무리 암울해 보일지라도 저는 다음세대를 위한 희망의 끈을 움켜잡습니다.

최고의 선생은 분명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선생으로 기억되도록 제게 맡겨지는 다음세대를 진심을 다하여 섬겨 보겠습니다.


2024년 마지막 날.

저를 향한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과,

저를 그토록 분노하게 했던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님들이 있어 저는 한해 성숙해졌습니다.


2025년도엔 더 많은 감사로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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