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시 찾은 50대의 마지막. 글을 써 보기로 했다.

by 바다의별


7월 뜬금없이 난 오십 대의 마지막이 되었다.


크게 의미두지 않았던 만 나이로의 전환이 이렇게 날 다시 글을 쓰게 할 줄이야.


육십이 오기 전에 내 이름 박힌 책 한 권은 내 보리라 다짐 다짐 했다. 그러나 나의 가면을 벗어던지기가 그리 쉽지 않아 끄적여 둔 글들을 감추었다.

잠시 지나간 내 나이 육십의 첫 봄날들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할 지경이었다. 초등학생들과의 3개월 남짓한 만남은 신선함이고 내가 살아 낼 목적을 찾은 것처럼 신났다면 좀 과장이려나?

그렇게 글쓰기는 핑계처럼 멈추었다.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운영하는' 학교폭력예방집단상담'을 자원봉사자로 섬겼다. 흥분 가득한 평가회로 마무리되고, 슬슬 심심해 올 때쯤. 정부정책으로 인해 난 59세의 나이로 돌아가 버렸다.

지난 ' S.Q지능' 검사 때 난 '의미지능'이 거의 만점 수준이었다. 내게 다시 주어진 1년은 무언가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쯤 교회청년부에서 5분 스피치 (원래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나누는 프로그램)를 해 달라는 요청을 급히 받았다. 당일 마이크를 잡자마자 나의 '아우라'가 폭발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아무리 아닌 척해도, 뿜어져 나오는 그동안의 마이크 좀 잡아본 가닥은 어찌할 수가 없었나 보다. 반짝여주는 몇몇 눈빛 덕에 나는 덜컥 약속을 해 버렸다. 60이 오기 전에 내 이름 적힌 책 한 권은 꼭 선물하겠노라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님들에게도 약속을 했었다.

'바다의 별 이야기'를 글로 남겨놓겠다고, 그리고 언제든지 추억이 궁금할 때 간식으로 다시 끄집어내어 들추어보게 하겠다고. 그리고 언제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겠다고. 그런데 나는 두 눈 질끈 감고 그 약속들을 애써 외면해야 했다.


꿈꾸는 것들이 나의 계획 속에서, 내가 정해진 시간에 늘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가끔씩은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을 때,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토닥여 줄 수 있으리만치 맘의 근육이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고통스럽게 트레이닝해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꿈꾸는 대로 이루며 살아온 내가 그걸 인정하기에, 50대를 다 바치고 나서야 알아내었다.


그래도 그 약속은 꼭 지키고 싶었던 건지, 아님 '꿈꾸는 보물지도' 중에 한 가지 보물이었는지,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일기처럼 기록해 두었다. 바다의 별 가족들에겐 조금 더딘 약속시간이 되겠지만, 청년들과의 약속은 어른이 되어 가지고 차마 늦을 수 없어, 바로 시작한다. 폭염 쩌는 계절에 나도 8월의 뜨거움보다 더 한 열정으로 10년 전 이야기부터 풀어놓기로 했다.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50대의 성공ㆍ좌절 ㆍ극복. 그리고 다시 꿈꾸는 60대를 잠잠히 뒤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져 보면서, 나만의 색깔 진한 스토리가 누군가에겐 작은 알약 같은 비타민이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바래본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시를 좋아한다.

나도 '소풍 온 것처럼 살았다'라고 말하고 싶은 조금은 특별한(?) 아줌마 할머니의 지나간 50대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 본다.


오늘도 다시 비가 투닥투닥 온다.

글쓰기 딱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