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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떨림으로

무슨 일이든 이 맘으로...

by 바다의별

별아!

할머니집 마당은 지난주 말한 것처럼 아나벨 수국이 하얗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다음 주 장맛비가 내리면 비에 젖은 얼굴이 무거워 고개를 떨구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


할머니가 화요일 초등학교 자원상담을 가서 이런 숙제를 냈어.


"한 주 동안 학교에 오고 가면서 본 꽃 이름 알아오기"


숙제란 말에 얼굴을 찡그리던 언니 오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머니를 바라보더구나.


지금쯤 별이네 동네에는 무슨 꽃이 피어있을까?




별아!

할머니가 '구미마마클럽 발대식' 이야기 한번 더 할게.

할머니는 발대식이 끝난 후 머리와 가슴에 콕 박힌 한마디가 있어.


두렵고 떨림으로



할머니가 발대식 준비를 하면서 그동안의 모든 경험들을 사용했다고 했잖아.

오랜 시간을 해 왔던 일들이었고, 자신감도 충분한 일들이었지.

어려서부터 마이크 앞에 자주 섰던 할머니의 삶이었으니까.


5월 초 극동방송에서 마마클럽발대식에 관한 인터뷰를 했어.

다른 분의 질의까지 컴퓨터 작업을 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해 갔단다. 성능 좋은 마이크 앞에서 헤드셋을 끼고 늘 방송을 하던 사람처럼 그렇게 여유롭게 녹음을 했지.

즉석에서 하는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어. 너무 자신이 있었거든.


그런데 별아!

발대식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결정되려는 순간, 불가능한 상황으로 급 변했어.

자신감은 사라지고, 중압감에 눈물을 펑펑 쏟아야만 하는 시간들이 며칠이나 이어졌었단다.


매일 스텝 기도회가 시작되었어.

아침마다 올라오는 공지글에 이글이 올라왔단다


"두렵고 떨림으로 하나님께 나아갑시다!!"

할머니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다시 하게 하실 거라는 기대감으로 변하는 2주간을 지내고, 할머니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몸상태로 강단에 서서 마무리 기도를 했단다.


오직 하나님과 나만이 무대에 서 있는 것처럼. 그렇게 기도했어!


별아!

이날 합창단에도 큰일이 있었더구나.

믿고 있었던 정기연주회 장소가 원한 날짜에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하네.

물론 마마클럽 발대식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만드신 하나님께서 또 다른 좋은 날을 허락하셨지.


별아!

마마클럽 발대식을 통하여 할머니는 '두렵고 떨림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어.

아마 합창단이 서는 무대에도 그렇게 서게 될 거 같아.

아니 모든 일에 '두렵고 떨림으로' 하려고 해.


별아!

별이도 요즘 오고 가며 무슨 꽃을 보았는지 할머니에게 이야기해 줄래?

다음 주에 다시 기대하며 만나!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빌립보서 2:12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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