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치 않으며
별아!
가을이 올 거 같은데 아직도 엄청 더운 날씨야.
그래도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렇게 더웠어?' 그럴 날이 설큼 오겠지.
별이가 조그만 손으로 할머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줄 때가 있었어.
작은 느낌이지만 별이의 따뜻한 마음은 엄청 크게 느껴져 왔단다.
할머니가 "한번 더 해줘" 그랬더니 " 할머니 한 번만 더" 하고 주먹으로 콩콩 두들겼어.
별아! 가끔씩 어린이집 선생님 어깨도 콩콩 두들겨 드림 좋겠다.
별아!
할머니합창단엔 소리 없이 섬기는 많은 분들이 계시단다. 의자를 정리하고, 덥지 않게 에어컨을 미리 켜두고, 각자에게 주어진 마음에 따라 간식을 섬기기도 하셔.
아! 이번 주엔 너무 맛있는 천도복숭아였어.
연습이 있는 날, 할머니가 다른 일정이 있어서 김밥 한 줄과 컵라면으로 하루를 보냈거든. 차에 타자마자 씻은 건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한 개를 먹어버렸어.
할아버지가 복숭아 알레르기가 심하셔서 집에선 몰래 먹어야 하는 상황이쟎아. 너무 달콤했던, 지금까지 먹어본 복숭아중에서 제일 맛있었어.
별아!
세상 사람들은 그런단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알도록 하라'
자신의 섬김을 동네방네 소문을 내려고 하지. 작은 선행에도 사진을 찍고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으면 속상해해. 어쩌면 할머니도 그랬을 거야.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하여 전속력을 내며 달려간 때도 있었단다. 때론 내가 한 작은 섬김들을 스스로 기억하며 뿌듯해하기도 했었어.
그러나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야.
"그렇게 살면 바보지. 세상에 알려야지 알아주지. 가만히 있으면 누가 알아준데?"
별아!
오늘 아침 말씀 묵상 제목이 [눈에 띄지 않는 섬김}이었어. 누군가를 의식하지도 않고 남에게 의식되지도 않지만 섬김이 이루어지는 것이 성경적이라 말하더구나. 그럴 때 그 섬김은 자연스레 주위에 스며들어 주님의 향기를 드러낸데.
별아!
할머니의 수많은 섬김 속에서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으며 나 자신조차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섬김들이 얼마나 있는지 오늘은 궁금해지더라. 그리 많지 않은 거 같아 살짝 부끄러워졌어.
아닌 척, 은근히, 알아주길 바라며 행했던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게 자랑으로 비추어져 상처를 준 적도 많을 거야.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누군가를 향한 섬김이 눈에 띄지도, 소리가 나지 않아도,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기를 기도한단다.
별아!
이번 한 주는 누구를 위하여 어떤 섬김을 해 볼까?
아! 잊지 않고 뒷에 오는 분을 위하여 문을 잡아주기(요즘은 에어컨 때문에 출입문을 닫아 놓는 곳이 많던데).
별이는 무어가 좋을까?
친구가 짜증 나게 해도 조금 참아보면서 예쁘게 말하기! 요 정도는 할 수 있지?
다음 주엔 무슨 이야기로 돌아올는지 기대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