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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비함'으로

2회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며

by 바다의별

별아!

기다리던 가을이 오고 있나 봐.

하나님의 창조섭리는 보면 볼수록 얼마나 신기한지. 앞산이 한 방울의 갈색 물감이 섞인 색깔로 변해가는 걸 보면.


며칠 내려준 비 덕분인지 오늘 아침 마당은 생기가 돌아. 한동안 늦가을처럼 누렇게 변해 가는 잔디밭으로 눈길이 가지 않더니 이슬 송송 맺힌 잔디밭을 한번 밟아보고 싶은 날이야.


별아.

오랜만에 글을 적는구나.

열매로 가을을 준비하는 곡식들이 바쁜 것처럼, 9월을 준비하는 할머니도 엄청 바빴거든.


별이는 어때?

요즘은 간간히 한글 공부도 하고 있던데.

곧 할머니의 편지를 스스로 읽을 날이 다가오겠네. 파이팅!!




별아!

할머니 합창단은 두 번째 정기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어. 할머니는 처음으로 서는 정기연주회 무대란다.

매주 토요일까지 연습에 연습을 하고 있지.

하루하루 연습 횟수가 쌓이다 보니 이젠 '노래의 감정 표현은 호흡으로 한다'는 지휘자님의 열띤 설명을 이해할 거 같기도 해. 미세한 호흡 한 번의 차이가 노래의 품격을 달리하는 거 같아.

어렵지? 그럴 거야. 사실 할머니도 그래.

지휘자의 손짓, 눈빛 하나, 입술모양에 헐레벌떡 따라가거든.


별아!

아마 권사님들의 변신이 시작될 거야.

오랜만에 해 보는 풀메이컵을 위한 예약을 하고, 드레스도 한번 확인해 보고, 아! 구두도 블링블링한 큐빅이 반짝이는 검정 구두를 맞추었어.

우린 아마추어이기보단 품위 있는 프로이길 추구하거든. 그런데 할아버지가 못 알아보심 어떡하지?


별아!

이런 거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겸비함'으로 나아가는 연주회가 되길 기도해.


'겸비(謙卑)함이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춤'이란 뜻이라고 해.


어제 할머니가 만난 어떤 분이 이 겸비함을 이야기하셨어.

할머니의 가슴에 콕하고 박혔지.

어쩌면 무대에 선 화려해진 나의 모습 때문에 우쭐해질 수도 있거든.

우리의 연주회는 누구에게나 잔잔한 감동과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길 기도하고 있단다.


별아!

할머니들을 위하여 기도해 줘.

2회 정기연주회 이야기로 다시 편지 쓸게.

기대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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