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자리로.
별아!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봐.
앞집 감나무에 감들이 주홍색으로 변하고 있어.
대추나무 가지가 매달린 대추의 무게를 못 이겨 바닥에 닿을 지경이야.
별아!
별이네가 곧 이사를 간다고 하더구나.
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떠난다는 것이 할머니는 가장 아쉬워.
"예수 믿으세요!!"
요런 글이 달린 별이 사진을 보내주는 곳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거야.
기도할게.
별이에게 가장 좋은 유치원을 준비하고 계실 하나님께!
별아!
지난 토요일에 '아름다운 동행'이란 타이틀로 'CTS구미권사 합창단 제2회 정기연주회'가 열렸어.
지난 글처럼 예쁜 드레스에 무대 메이컵과 헤어, 그리고 한동안 신지 않았던 구두를 신고 무대에 섰지.
별아!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는 정기연주회여서 그런지 평소와 마음이 좀 달랐던 거 같아!
할머니는 그랬거든.
내게 주어진 열 장의 티켓이, 내 가방 깊숙한 곳에서 꺼내보지도 못한 채 무대에 설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 그만큼 소중하고 바쁜 일정들이 많았단다.
만약.
한 번의 기회를 허락하신 거라면, 오직 하나님께 집중하며 모든 영광과 찬송을 그분께만 올려드리는 연주자로 서고 싶었어. 이런 할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할아버지와 삼촌은 사진 한 장 찍지 않는 할머니가 많이 아쉬웠대.
아마 나중엔 알게 될 거야.
할머니의 마음을.
별아!
그래서 정기연주회는 어떠했냐고?
당연히 엄청났지.
우린 프로의 근성으로 연습하며 준비했잖아. 삼겹줄 기도로 함께한 시간들이 가장 소중한 준비인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거야.
별아!
요건 할머니가 꼭 말하고 싶어.
수고하고 멋진 권사님들을 사랑하지만, 모든 존경은 지휘자님에게 보내고 싶어.
이 엄청난 일들을 계획하고 진행해 가시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격려의 말들도 있겠지만 때론 소소한 불평도 많았을 테지.
정기연주회를 통한 하나님의 일을 위하여 왕관의 무게를 견디었을 거야
별아!
할머니가 몇 번 '마마클럽' 이야기를 했지? 마리아처럼 기도하고 마르다처럼 섬기는 어머니들의 연합 기도회야.
할머니가 구미대표팀장이 되었어.
어떤 분들은 그러시더라.
"축하한다"라고.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을 한단다.
축하받기엔 왕관의 무게가 무겁답니다.
별아!
할머니는 당분간 합창단의 자리에는 위로와 회복이 필요한 곳으로 찾아오게 될 거야.
하나님의 부르심에 손을 든 할머니를 위하여 기도로 동역해 주실 합창단인 것을 믿거든.
우리의 '아름다운 동행'은 쭈욱 이어질 거야.
이렇게 합창단 1편 이야기는 마무리되었어.
하나님의 이끄심이 있을 때 합창단 2편 다시 시작할 거야.
기다려줘.
사랑해!!
https://youtu.be/hF_JKgqM4EU?si=nqTGW6daACC6mU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