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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Good Aug 06. 2018

둘째 아이가 세상에 나오다!

새로운 관계의 시작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결코 하루하루가 쉽지는 않았다. 이제 4살이 되는 해. 작년부터 아내는 둘째를 가져야 하지 않냐고 한다. 글쎄, 대부분 사람들이 아이 둘을 낳는 게 우리 나이 때는 일반적이라 생각해서 일수도 있고, 4남매의 다자녀의 집에서 태어난 아내 입장에서는 아이가 혼자인 건 또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라 생각했다. 그래도 난, 결정의 보류. 사실 한명 키우는 지금의 현실도 쉽지 않은데, 둘째 아이를 가진다는 게 아무리 장래를 본다고 해도 그건 아이들의 장래일 뿐, 나의 장래는 뻔한 거 아닌가? 아이들에 울고 웃고, 그렇게 또 육아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육아의 리셋! 이면서, 첫째 아이는 계속 중에 있다. 육아가 내가 바쁘다고 첫째 아이한테 잠깐 기다리라고 말해서 멈춰 설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네 시간들이 말이다.      


그렇게 첫째 아이에 익숙해질 때쯤 둘째 아이는 세상에 나왔다. 둘째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 줄곧 첫째 아이에게 동생의 존재를 가르쳐도 주고, 배에다가 뽀뽀도 해주라고 해보면서, 뭐 여러 가지 남들이 해본다는 거, 책에서 본건 모두 시켜봤다. 아이의 반응이야 뭐 아직 실감 나지 않는 현실이니, 그저 엄마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 것쯤, 밥 먹을 때 야채 한 스푼 먹어주는 것처럼 가뿐하다. 내가 너무 삐딱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늘내일하다가 결국 둘째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첫째와 5일 차이로 7월 한여름 세상에 나왔다. 이맘때쯤 산후풍의 기억이 아직은 생생하다. 맘을 단단히 먹는다. 조리원도 미리 예약하고 뭐 필요한 것도 챙겨보고, 그래도 둘째는 첫째가 있는 상태다 보니 이건 또 처음인 거다. 애좀 키워봐서 좀 익숙해졌다 생각했지만, 이건 또 처음이고 시작이다.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고, 생각처럼 준비되지 않는다. 그래도 출산이 두 번째인 엄마는 조금 익숙하고 편안해 보인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조리원에 있는 첫날, 첫째 아이를 한여름에 혼자 보고 있는데 갑자기 첫째 아이가 비닐봉지에 한가득 장난감을 싸들고 동생한테 가겠단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데, 난 이게 무슨 생각일까 했다. 동생이 궁금해서일까? 그 존재를 이제 인정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어떻게 생겼는지 가서 얼굴이나 보자는 건지.. 엄마야 물론, 첫째 아이가 기특하다며 칭찬이다.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말이다. 물론 내 머릿속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왜?     


아무튼 첫째 아이는 충격인 게다. 이제 4살인데 살아온 개월 수로 따지면 또 아직 아기인데, 자기의 ‘아기’ 자리를 단숨에 꿰차고 들어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말이다. 무수한 책들에 쓰인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변화'는 어떤 인간에게든 어려운 것이다. 회사에 신입직원 하나 들어와도 다들 난리 아닌가? 아무튼 좀 다르지만, 둘째 아이가 집에 들어오는 날, 그 전날, 나도 엄마도, 그리고 경험 많으신 우리 장모님 장인어른도 다들 난리 아닌 난리였다. 머릿속 또 처음이라는 복잡한 생각과 불안함으로.     


둘째 아이가 집에 들어오고, 내가 낳은 자식인데 태어났으면 당연히 들어와야 하는 집인데, 자꾸 표현이 남에 집에 들어가는 것 같다. 사실 그 당시를 기억하면 진짜 그렇다. 첫째 아이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둘째는 어느날 갑자기 집으로 들여야 하는 새로운 사람의 느낌. 그래도 이번엔 내 아들이구나 생각이 들더라. 이것도 경험인가?     

 

둘째 아이가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빌을 보고 있고, 옆에 첫째 아이가 딱 붙어 있다.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건 나이불문인것 같다. 첫째 아이의 원하는 건 너무도 단순하고 명확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표현하는 방식은 우리세계랑은 전혀 다르니 나같은 아빠는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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