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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에 Nov 17. 2022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잔상

글에도 명암이 있다.

어제 마신 두 잔의 피로 인해 잠을 설쳤다. 그렇치만 요즘 한 달 어스라는 콘테츠를 통해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탓이었는지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커피는 우리를 진지하고 엄숙하고 철학적으로 만든다.
ㅡ조너선 스위프트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건 내가 왜 글을 쓰는가이다. Why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글을 쓰고자 했던 이유는 내가 생각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겨가는 기록들을 적어가며 그 글을 통해 나를 찾아가고 성장해가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글을 통해 성장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즉 글이란 나 혼자만의 얘기를 나 혼자 들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 그 대화가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도움 되는 정보였으면 한다. 그  대화 내용이 넋두리이거나, 불쾌하거나 유용하지 않은 것은 듣고 싶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글을 쓸 때에도 글을 읽는 상대의 기분과 느낌을 고려해서 써 내려간다면 서로 무언의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설레며 쓴 글은 독자를 설레게 하고 내가 심각하게 쓴 글은 독자를 머리 아프게 할 수도 있고 내가 마음이 비뚤어져 쓴 글은 독자의 마음을 뒤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퐁네프의 연인들> 1991년 제작, 감독 레오스 카락스.

아주 오래된 영화라서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는 생소한 영화 제목일 것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얘기해보려고 한다. 파리 센 강의 퐁 네트 다리, 공사로 통행이 금지된 이곳에 노숙자 차림의 두 남녀가 흘러 들어온다. 한 사람은 줄곧 거리의 삶을 살아온 곡예사 알렉스이고, 다른 한 사람은 실연의 상처와 시력을 잃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집을 뛰쳐나온 화가 미셸이다. 이들격정적인 사랑의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인물들의 '몸'을 통해 전달된다. 특히 문명 바깥의 존재인 알렉스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행동과 소리로 표현해낸다.  어떤 필터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얼굴에 스며 나오는 기쁨과 슬픔, 고독의 표정들, 그의 이 단순하고 솔직한 감정 표현에 문명 내부의 존재였던 미셸도 점점 이끌리게 된다. 그녀 역시 점차 언어라는 인위적 표현 수단을 내려놓고 그와 함께 온몸으로 내면의 감정들을 표출하게 된다. 카락스 감독이 이처럼 배우들의 몸을 가장 중요한 표현 수단으로 삼은 이유는 언어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언어란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는 텅 빈 기호일 뿐이라는 의견을 자주 얘기했었다고 한다. 몸을 통한 감정의 표현은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몸짓과 소리 같은 신체 언어는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감정까지도 있는 그대로 끌어내 왜곡이나 교정 없이 보여 줄 수 있다고 한다.


 이 영화에 대한 줄거리나 언어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감독에 관한 정보를 듣고는 조금 더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글을 써 내려감에 있어 많은 필터링을 통해 더 좋은 말로, 더 좋은 글로 진실을 교정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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