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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달호 Nov 12. 2018

일본에 빼빼로데이는 없어요

[편의점 아저씨, 도쿄 편의점 탐방기 (02)]

"정말 그것때문에 일본에 왔단 말입니까?"


물론 '그것'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11월 초로 예정되어 있던 일본 여행을 11월 11일, 항공료와 숙박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주말을 끼면서까지 기어코 변경했던 이유는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배경이 분명 있었다.


빼빼로데이. 일본에선 '포키데이'라고 부른다. 포키데이를 일본의 편의점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인터넷에 살짝 검색해보니 멋지게 진열을 하고 연예인 불러 공연을 하기도 하던데, 그 화려한 현장에 함께 하고 싶었다.


결론은? 완전 망했다.

한국의 빼빼로데이. 사실 이것보다 성대하게 준비하는 편의점도 많지요.

일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K의 점포에 포키는 '꼴랑'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약간 많은 정도로만 포키를 준비했다고 한다. 인근 편의점과 마트를 모두 둘러보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진열대 하나를 완전히 빼빼로로만 가득 채우고, 별도의 행사매대를 마련해 인형, 꽃, 선물바구니 등으로 화려하는 장식하는 한국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포키데이는 일요일이라 그렇습니까?"

"그것도 있지만..... 일본 편의점에서 포키데이는 그리 큰 대목이 아닙니다."


한참 고개를 갸웃하던 K가 '혹시나'하는 표정으로 대책을 내놨다.


"와세다 쪽은 좀 다를 수도 있겠군요."


하루 반나절을 꼬박 걸으며, 와세다대학 인근 편의점을 모두 훑어 보았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다른 편의점은 포키데이 홍보물이라도 조그많게 붙어 있는데, 와세다대학 정문 앞에 있는 편의점은 그것조차 없었다.

일본의 포키데이. 별도의 진열대는 갖추지 않고 그냥 간단히 홍보물만 부착했더군요.

"포키데이를 보겠다고 일부러 일정까지 바꾸셨는데 미안하네요....."


K가 미안할 것이 뭐가 있겠나. 없는 포키데이를 만들어 낼 수도 없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항공료와 숙박료를 부질없이 낭비한 '봉츠비'로 불리게 되었다. 괜스레 포키가 미워졌다.


아참. 그런데 딱 한군데, 포키가 제법 팔렸는지 진열대가 비어있는 편의점이 있었다. 어라, 이곳은 좀 다르네, 하면서 나가면서 보니 편의점 옆에 이런 표지판이 보였다.


"재일대한기독교회 동경교회"


추측건대,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한국 교민들이 예배보러 가면서 서로 빼빼로데이를 기념하며 포키를 사간 듯 했다. 물론 추측일 뿐이다.


포키데이는 없다. 빼빼로데이만 있을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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