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저씨, 도쿄 편의점 탐방기 (01)]
"다 좋은데 편의점이 약간 멀어요."
"편의점에 가려면 좀 걸어야 합니다."
호텔 부킹 사이트에서 찾아본 평가는 이랬다. 일본 편의점 탐방이 여행의 목적인 나로서도 제법 아쉬운 점이었으나, 그럼 어때 가격이 착한데, 망설임없이 그곳을 예약했다. 그런데 웬걸, 도착해보니 300미터 거리에 편의점이 하나 있고, 반대 방향으로 400미터 거리에 경쟁 브랜드 다른 편의점이 또 하나 있다. 600미터 거리에도 하나, 900미터 거리에도 하나. 일본의 메이저 브랜드는 모두 모였다.
그분들은 왜 편의점이 '멀리 있다'고 쓴 걸까?
은근한 의문을 갖고 부킹 사이트를 다시 살폈다. 한국에서 예약할 때는 한국어로 된 이용후기만 읽어봤는데, 호텔에 도착한 후 느긋하게 침대에 기대어, 다른 언어로 된 이용후기까지 훑어보았다. 특징적인 현상이 하나 보였다. 호텔을 평가하면서 '편의점 접근성'을 언급한 이용객은 한국인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우리 한국인이 갖고 있는 편의점에 대한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1991, 92년 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편의점이란 곳을 처음 이용해본 경험이. 당시만 해도 전국에 편의점이 100개쯤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한 동네에 100개쯤?) '편의점은 비싼 곳'이란 인식이 있어 편의점 근처로는 얼씬도 안했는데, 자정이 지나 갑작스레 담배가 떨어졌다. 담배는 어디나 가격이 똑같으니까, 그때 처음 편의점에 방문해보았고, 갔던 김에 음료수랑 과자도 샀던 일을 기억한다. 우리집에서 편의점까지 걸어 30분도 훨씬 넘는 거리였는데, 그래도 고마웠던 기억이 생생한다. 어쨌든 그 시간에 문을 연 가게는 편의점이 유일했으니.
초기에 편의점은 그런 '편의성'이 고마운 장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호텔에 짐을 풀고 한국인 K가 일본 도쿄에서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지도를 살펴보니 도보로 40분 정도. 산책하며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내가 편의점 점주라서 그런가? 전국 어딜 가든, 세계 어딜 가든 편의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간다강을 따라 이치가야 쪽으로 천천히 걸으며, 가는 길에 편의점을 하나씩 사진에 담았다. 도로변에 눈에 띄는 편의점만 열댓 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골목 안쪽으로도 많이 있겠지.
한국의 우리집에서 내가 운영하는 편의점까지 15분 정도 걷는 거리에 만나는 편의점은 거의 스무 개에 달한다. 역시 골목 안쪽으로는 촘촘히 많다. 일본의 인구는 1억 2천만 명, 한국은 5천만 명. 일본의 편의점은 5만 개, 우리는 4만 개.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편의점의 주소다.
지금껏 우리는 일본을 '편의점 왕국'이라 불러왔다. 규모나 내용 면에서 일본의 편의점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양적인 면에 있어, 최소한 숫자에 있어 한국은 일본을 앞질렀다. '편의점 대왕국'이 되었다. 기뻐해야 하는 걸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K의 도쿄 편의점에 도착해 기쁘게 악수를 나눴다. 첫 만남인데 십년지기는 된 것 같다.
그래, 살펴보자 콘비니! (일본에서는 편의점을 "콘비니"라 부른다.) 나의 일본 편의점 탐방은 그렇게 살짝 진지한 설레임으로 시작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