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래킹 7일 차
안나푸르나 내원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 위에 섰다. 양 옆으로 검고 높은 바위 벽들이 하늘을 가릴 듯이 높게 서 있고 그 사이로 만년 설산의 눈이 녹아내린 계곡이 흐른다. 안나푸르나 내원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더 신비롭고 아름답다. 키 큰 수목들은 사라지고, 낮지만 아름다운 풀과 꽃이 가득하다. 검은 벽으로 둘러싸인 비밀정원이다.
그간의 고생을 보답하듯 길은 풍경만큼이나 부드럽다. 티 하나 없이 푸른 하늘, 흰 산, 검은 봉우리, 나무, 꽃, 돌, 흙, 맑고 서늘한 공기, 정제되지 않은 듯 강렬한 태양 빛. 이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며 경치에 취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오후 4시 정도 되어 오늘의 숙소로 선택한 MBC(Machapuchare Base Camp), 마차 푸차레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마차 푸차레는 물고기 꼬리라는 뜻이다. 베이스캠프 바로 옆으로 뾰족이 솟은 봉우리가 물고기 꼬리를 닮아 얻은 이름이다. 이 봉우리를 이 곳 사람들은 아주 신성하게 생각한다. 마차푸차레를 정복하기 위해 베이스캠프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마차푸차레는 등반금지인 곳이다. 성스러운 곳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외국 등반가들이 몰래 등반을 시도했다는 소문은 있으나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이 곳에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 ABC(Annapurna Base Camp) 안나푸르나는 1~2시간 거리이지만 여기서 머물기로 계획했다. MBC만 해도 거의 4000미터 높이기 때문에 이제 고소 증세를 조심해야 한다. 따뜻한 낮엔 고소 증세가 좀 덜하지만 추운 밤이 오면 고소증세로 인해 두통, 호흡 곤란 등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일도 허다하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고소증세는 심해지기에 ABC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물고기 꼬리'에서 자고 새벽에 일출을 보러 ABC로 올라갈 작정이다.
단체로 온 트래커들이 가이드를 통해 이미 숙소의 빈 방들을 선점해 버렸다. 어쩔 수 없지. 어떻게 되겠지 하며 주인아저씨에게 또 통사정이다.(네팔에 온 뒤로 점점 대책이 없어지고 있다)
빈방은 없단다. 대신 멀리 창고 쪽에 텐트가 있다며 내주었다. 오, 꿈에도 그리던 히말라야에서의 캠핑인가?
텐트란 말에 난 마냥 신나고 좋아했다. 이 날 밤 엄청난 추위 속에 어떤 일을 당할 줄 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