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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럴수있지 Jun 24. 2024

내가 둘째를 갖기로 한 이유

계획한 거야?

둘째를 임신한 지 23주가 되었다.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리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계획한 거야?"

맞다. 나는 계획하고 항상 생각해 왔다.

5살인 딸아이가 가지고 놀던 육아템도 잘 보관하고 있다.


나는 항상 아이는 한 명보다는 두 명을 원했다

친척들이 북적거리는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가족은 많을수록 좋다는 게 항상 마음속에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세명까지는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하고 두 명으로 합의를 본 것이다

물론, 이 생각이 단숨에 흔들렸던 시간도 있다.

첫째를 출산하고 제왕절개의 후불고통을 맛보던 첫 일주일 간에는 내 인생에 다시 이런 고통은 없노라고, 이런 미련한(?) 짓은 다시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은 엄마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 고통의 순간들에서 무슨 생각인들 못할까)

그런데, 조리원에 들어가고 나의 첫아기와 첫 모자동실을 하고 난 후 신랑에게 전화해서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둘째를 가져야 할 것 같아. 우리가 얘를 평생 지켜주긴 할 건데 나이 많은 우리가 없어지면 어떡해”

아직 둘째는 생기지도 않았을 때의 일이니 첫째를 위해서 둘째 생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단순히 이 생각에서 둘째를 갖기로 처음 마음을 먹었고,

그 생각은 4년 넘게 변함이 없다.

외동은 자랄 때 외롭다, 혼자 노는 걸 보는 게 안쓰럽다는 이유로

둘째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각은 아니다.

얼마 전, 티브이에서 외동인 연예인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만의 공간에서 어릴 때부터 혼자 온전한 사랑을 다 받고 자라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했다.

더군다나 요즘엔 외동인 친구들이 우리 때와는 다르게 아주 많기 때문에 외동이 외롭다는 건 옛날의 생각인 것 같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요즘같이 뭐 하나 소비하기에 생각이 많이 드는 시기에는

어쩌면 아이 한 명을 낳아 부족함 없이 해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우리는 위에서 말한 단 하나의 이유였다.

아이에게 평생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내편'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아이 둘의 희망 성별은 어땠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나 같은 딸이 낳고 싶었다

평생 엄마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해 줄 자신이 있었고 그녀가 힘들 때마다 위로와 챙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릴 때 내가 생각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희망과 실제의 간극이 조금 있어야 인간미가 있다.)

나도 그런 딸을 낳고 싶었는데 첫째가 나를 닮은 딸이다.

아무래도 첫째가 딸이다 보니 둘째의 성별에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지만

속마음은 나는 둘째도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이건 아마도 내가 자매가 없기 때문에 든 생각일 거다.

주변의 자매들이 있는 친구들은 아무리 나와 친해도 내가 넘을 수 없는 친한 존재가 있다.

그게 자매다(철저히 자매가 부러운 자의 시선이다)

그들의 관계는 나이가 먹을수록 더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고

점점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나에게는 때로는 자매 같고, 때로는 친구 같은 나를 닮은 딸이 있다.   

다섯 살의 작은 입으로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얼굴에 잔뜩 걱정을 머금고 나를 쳐다보며 위로하기도 한다

작은 손으로 나를 안아줄 때는 내가 이런 복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이제 드는 생각은 아이에게도 나중에 이런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다.


물론 아이도 자신을 닮은 딸을 낳는다면 해결되는 문제긴 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출산하지 않을 수도 있고,

출산하더라도 딸을 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왕 둘째가 생겼으니

평생 아이와 이렇게 지낼 수 있는 '자매'가 태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적어도 30년은 지난 후의 일에 대한 이야기지만

내가 지금 고민하지 않으면 평생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아이의 30년, 60년 후까지 걱정되고 준비해주고 싶은 게 부모가 아닐까


감사하게도 자매의 엄마가 될 예정이다.

노산의 내 나이와 다시 시작될 영유아의 찐 육아생활, 빠듯해질 가계 등 걱정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예쁜 두 아이와 만들어갈 시간들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같은 원피스 셋이 맞춰 입고 사진도 찍어야지

그나저나 우리 남편은 좋겠다

나를 닮은 딸이 한 명 더 생기니 얼마나 좋을까 (답은 들은 걸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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