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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해도 서울숲을 갑니다

by 그럴수있지

'신랑, 신부는 신부 부모님께 인사드리세요'

따라라라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신부의 눈에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또르르 흐를 듯 고여있고

옆에 있는 나의 딸의 코도 금세 빨개진다.

고모의 결혼식을 보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길래 울컥하는 걸까

6살인 아이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다.



6월 1일은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엔 뭔가를 특별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비싼 곳이나 좋은 호텔에 가고 싶다기보다

서로를 챙기며 우리 잘 지내고 있다고 서로에게 토닥거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거다.

그래야지 결혼을 잘한 느낌이 든다

고단하고 정신없는 매일매일에서 서로를 챙길 수 있는 날을 잊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잘한 결혼이지 아닐까


이번 결혼기념일에도 광화문에서 어디 맛집을 갈까 으니면 다른 지역의 핫한 곳을 알아볼까 하다가 결국엔 서울숲이다

이쯤이면 전통으로 하고 내년부터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일명 '어결서'다 (어차피 결혼기념인엔 서울숲)

왜 서울숲이냐 하면,

우리는 서울숲에 있는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했기 때문이다.

웨딩홀에 대한 기억보다는 결혼식 시작 전에

서울숲 공원 초입에서 드레스를 입고 스냅사진을 찍었던 순간이 생생하다.

6월 초여름의 햇빛을 받아 나무들은 더 푸르렀고 공기는 해맑았다

나와 남편은 우리 둘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표정에는 자신감이 그득했다

나의 결혼식날.

이라고 하면 그 20여분의 장면이 기억나는 건 그때의 우리의 자신감이 부러워서일까



우리의 결혼생활은

6년의 시간 안에서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5년을 키우고

이사를 하고

둘째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어쩜 이렇게 알차게 잘 해내고 있는지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다

그 시간 동안 힘든 시기도 있었고 서로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아니, 사실은

내가 꿈꿨던 결혼 생활이라는 것과 다르다는 생각

혹은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싶지만 벅차다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생활동안 힘들게 한 것도 서로였고

그걸 또 이겨낼 수 있도록 한 것도 서로였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서로의 마음을 지켜주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한 팔 정도는 잡아 일으켜 세워주며

서로를 키워냈다.

그리고 서로 잘하고 있다고 야식에 맥주 한 캔을 부딪치며 토닥거리는 것이 우리의 결혼 생활이다.



어찌 됐건 우리가 그날 서울 숲에서 상상했던 미래의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행복한 생활이다


아이가 조금은 더 커서

함께 서울숲을 걸으며

우리의 결혼식이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너희를 만나려고 그랬나

그날은 한낮에 별빛이 떨어지는 것처럼

나무가 초록인데도 아주 반짝였나 보다고 이야기해 줘야지

엄마에게 결혼이란

나의 천국을 만드는 시작이었다고 이야기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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