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첫째 아이가 또래보다 작은 것 같아 키를 키울 수 있는 것들을 해주기 시작했다.
하루에 우유 한 컵 이상 마시기, 일찍 자기
그리고 매일 줄넘기하기.
줄넘기 스킬을 획득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아마도 줄넘기를 한 지 30년은 넘었을.. 엄마는 처음에 줄넘기를 어떻게 배웠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줄넘기 학원은 나의 자녀 사교육 리스트에 없다.
그래서 일단은 아이에게 내가 뛰는 것을 많이 보여주고 차근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줄을 앞에서 뒤로 넘기는 건지 뒤에서 앞으로 넘기는 건지도 모르고
의욕이 앞서 줄을 돌리는 팔과 점프를 같이 하던 아이는
엄마를 관찰하고 나름 폴짝폴짝 뛰는 것이 귀엽다.
아이들은 처음 몇 번을 해 보았을 때, 성공하지 않으면 금방 싫증 낸다.
성과가 없는데 재미가 없고 흥미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몇 번 더 해보자고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처음이라 그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그냥 백번 연습하면 결국엔 잘하게 돼. 모든 일이 그래"
2주 정도 매일 같이 쫄랑쫄랑 줄넘기를 가지고 놀던 아이는 한번 성공하고
엄마의 돌고래 환호와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먹고
이젠 감을 잡아 줄을 넘는 것이 제법 편해졌고
자신감으로 가득한 아이의 눈은 부러울 정도로 반짝인다.
둘째 아이가 이유식을 하고 조금 익숙해진 뒤,
빨대컵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집이 아닌 곳에서 떡뻥을 주거나, 이유식을 줄 때 물을 주는 것이 영 불편하여 빨대컵을 사용하는 것이 아이나 나나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른 중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스킬을 어떻게 배웠는지 생각이 나는 사람이 있을까
나에겐 너무 쉬어서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도 모르겠는 일이다.
사실 아이는 내가 방법을 설명해 줘도 알아들을 수 없지 않냔 말이다.
(빨대를 입에 물고 압력을 만들어서 빨아들여!!!!
.... 가능하겠는가...)
방법이 없어 아이에게 물을 담은 빨대컵을 손에 쥐어 주었다.
8개월 아이는 알아듣지도 못할 "손에 잡고 입으로 쪽쪽 빨면 되는 거야~"를 이야기하면서
손에 쥐어주었다.
컵을 떨어뜨려 물을 다 쏟아도, 빨대 대신 손잡이를 빨면서 옷을 다 적셔도
다음 이유식 시간에는 웃으며 또 손에 쥐어주었다.
어쩌다 아이가 빨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는 질겅질겅 씹는다
좋았어, 아주 큰 발전이야!
빨대를 입에 넣으면 엄마가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아기는
다음 이유식을 먹을 때에도 빨대를 물고 있다가 젖병의 그 느낌이 생각났는지 빨기 시작했다.
아이는 모르는 새에 여러 번 연습을 하고 결국엔 스스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아냈다.
만 시간의 법칙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잘하게 되는 걸 알고 있고,
아이들에게도 그걸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가 어떤 일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끝까지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곧 마흔이라,
십 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아직 마흔도 안된 '젊은 나의 시간'이 얼마나 아까울까
육아만 꾸준히 해서 그나마 우리 아이들의 육아는 자연스럽게 해내는 내가 한심한 건 아니지만
꾸준히 할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아이처럼 직접 한 두 번 뛰어라도 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머릿속으로 안 되는 이유들만 열심히 찾아 미리 포기하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요즘이다.
5년 뒤엔 내가 만든 명함을 가지고 싶다고 했던 올해 초 나의 다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5년 동안 꾸준히 연습하면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문장이 몇 줄은 더 만들어질 수 있을까
보이는 흰머리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결국엔 잘 해내는 사람이 나도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