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를 타자
첫째 로미의 공식적인 첫 외출은 6개월이 다 되어서였다.
그것도 그 어린 아기에게 꾸역꾸역 면마스크를 씌우고 사람이 적은 오전시간 아파트 산책로였다.
코로나에 대한 유언비어가 활개를 치던 시절,
첫 아이를 키우는 조금은 예민한 엄마였던 나에게는 아주 큰 용기였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놀러 온 사촌 동생에게는 옷을 갈아입으라고 내어주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를 5년 이상 키워본 두 아이의 엄마는 예전과 같을 수 없고
그것이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아이의 위생을 위해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외부에 의해 발생하는 변수들은 내가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허허)
둘째 아이는 50일 즈음부터 외출을 했다.
언니의 유치원버스 등하원을 위해 함께 나간 것이니 정확히는 배웅과 마중이 맞는 말이긴 하다.
유치원 등원 준비를 위해 둘째에게 먼저 우유를 먹이고 배를 불려
기분 좋게 혼자 놀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빠르게 첫째가 준비를 해 시간 맞춰 아기띠를 하고 버스를 타러 나가는 아침이다.
둘째가 늦잠을 자 아이들의 아침 순서가 꼬이게 되는 날엔 전쟁통이 따로 없다.
언니를 보내고 오전 낮잠을 늘어지게 잔 건강이는 바로 이유식을 먹고 엄마와 진하게 둘만의 시간을 즐긴다.
한 번도 태어나서 혼자서 사랑을 독차지해 본 날이 없는 둘째가 아닌가
그렇게 조금 놀다 보면 언니가 올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면 엄마는 조금씩 바빠진다.
이 더운 여름날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 미안하여 여름이 되면서 뜨거워지는 햇빛만큼 엄마는 더 바빠졌다.
유모차에 쿨링시트를 설치하고 보조배터리를 충전해 연결한다.
그리고 선풍기도 달고 옷은 최대한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힌다.
시간을 체크하며 가방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하고 언니를 데리러 가자며 유모차에 태워서 나간다.
하원한 첫째를 데리고 7분 거리의 피아노 학원으로 바로 데려다준다
이제부터는 40분의 타임어택이다.
다시 유모차를 끌고 집에 와서 둘째에게 우유를 먹인다.
날이 좋은 날에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도 필요하고
당연하게 놀이터에서 놀았을 아이의 일상이 동생이 태어났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나가서 2시간은 걱정 없으려면 우유를 먹이고 나가야 한다.
우유를 먹고 트림을 하고 부랴부랴 첫째를 픽업해서 놀이터로 향한다.
신나게 흙이며 놀이기구며 만지고 놀던 아이들이 작은 아기의 발과 볼을 만지고 싶다며
손부터 내미는 통에 유모차 커버는 꼭 씌워준다.
아기를 예민하게 지켜보다가도 작은 손들이 더 작은 손을 귀여워하는 걸 보면 그것도 참 귀엽긴 하다.
한참을 사람들과 놀이터를 구경하던 아기는 어느 순간 힘들어졌는지
뿌앵 울어버린다. 하지만 바로 집에 가지는 못하고 한참 흥분되어 있는 언니를 기다렸다가 집에 올 수 있다.
둘째는 그렇게 7개월에 의도치 않은 놀이터 출근도장과 언니 학원셔틀로
많은 동네 분들을 본인도 구경하고 예쁨도 받고 있다.
가끔은 첫째 위주의 육아로 둘째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마음을 때리면
한껏 싱숭생숭하다가
또 어느 날엔 많은 자극을 받고 있으니 머리가 좋아질 거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니, 아기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고 첫째를 집에만 둘 수도 없잖아"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한다.
항상 양팔저울처럼 양쪽의 무게 균형을 잘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육아의 균형이 잘 맞았는지 눈에 볼 수 없긴 하지만 한쪽이 무거워져 버리면 다른 한쪽은 혼자 위에서 발만 동동 떠서 힘겨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균형을 어떻게 항상 맞출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양쪽에 한 번씩 힘을 줘서
차라리 시소를 타자.
첫째 아이가 없을 때는 둘째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첫째 아이가 왔을 때는 동생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많이 맞춰주자
그렇게 시소를 타다가 1,2년 뒤엔 한쪽엔 내가 다른 한쪽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시간이 오겠지
육아는 매일을 반성하게 하고
방법을 찾게 하고
다짐하게 한다.
참 잘 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