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는 것이 있을까
'어쩌면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에 부족한 사람일 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하루에 두세 번은 하는 요즘이다.
'엄마'라는 이름에 자격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잘 안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변명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가 보다.
나름으로 잡아놓은 아이 둘의 루틴으로
나는 조금 피곤하지만 아이 둘을 잘 케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던 중
어느 토요일, 첫째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열은 꽤 높이 올라갔고, 아이는 힘들어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요즘 들어 내가 뭘 놓치고 못 챙겨줬는지 되짚고 또 되짚었다.
아이는 단순 열감기였지만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것을 엄마인 내가 더 잘 챙겼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책망했다. 이 와중에 둘째는 괜찮아 보이니 아빠에게 맡겨두고 첫째를 간호하고 온갖 신경을 쏟아부었다.
아이가 괜찮아져 일상생활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병원에서 듣고
화요일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날 저녁 둘째 아이의 열이 39도까지 올라간다.
이번엔 내가 저 어린 둘째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분유를 먹는 아이를 안고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를 되뇌며 울었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우는 건 0.1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대문자 TT인 내가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미안해서라기보다 그냥 울고 싶었던 것 같다.
눈물이 나에게 쌓여있는 고단함들을 녹여버렸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거다.
둘째 아이의 열이 해열제 효과로 오르락내리락하던 중 목요일, 첫째 아이도 열이 난다.
그 후로 아이 둘을 데리고 병원을 연달아 4일을 다녀오면서 무려 하나에 5천 원이나 하는 영양제 묶음을 두 번이나 사 먹었다.
맑은 정신은 체력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지칠 대로 지친 내 몸에서는 콧물만 나오고
머릿속에서는 그거 자책만 나왔다.
'내가 더 위생과 아이들 컨디션을 챙겼어야 했는데'
'아이들 면역력에 좋다는 영양제를 미리 준비했으면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을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애 둘을 키운다고..'
하지만 첫째 아이는 유치원 단체생활을 하면서 걸릴 수 있는 요즘 유행하는 열감기였고
둘째 아이는 언니에게 그 감기를 옮았을 뿐이다.
어떻게 첫째 아이의 몸속에 들어가는 바이러스를 다 막을 수 있었을까
컨디션을 챙기고 면역 영양제를 먹었으면 아이들은 감기에 안 걸릴 수 있었을까
나는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 뭐 돼?
이쯤 되니
내가 두 아이 엄마로 부족한 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두 아이 엄마는 상황을 조금 더 냉정하게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없는 일을 판단하고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는,
도움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조금 더 수월하게 해 낼 수 있는 것 같다.
자격이라는 건 없지만 조금 더 유리한 기질, 성격이라는 건 있을 수 있으니까
아기들은 태어날 때 엄마를 선택한다는 동화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아기는 '맛있는 걸 많이 만들어줄 수 있는데 아기가 왔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기도를 듣고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나를 왜 선택해서 왔을까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둘째를 임신했을 때,
마음속으로 '아빠, 엄마, 언니가 아주 재미있게 지내고 있어, 우리 가족이 된 걸 환영해, 함께 따뜻하게 웃으며 지내자"라고 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내 맘같이 완벽한 엄마는 아니어도
우리에게 왔을 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오늘도 커피 원샷하고 같이 따뜻하게 웃으며 놀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