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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을 살아야겠습니다

아니, 살고 싶습니다.

by 그럴수있지

두 아이를 육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갓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둘째를 케어하면서

아이 둘 먹는 것은 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이고

놀이방, 학원을 다 쫓아다니고 매일 유치원의 과제를 꼼꼼히 놓치지 않고 챙기며 놀이와 공부를 놓치지 않도록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으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렇게 나를 위해 맘 편히 쉬는 시간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내가 갓생을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결론은 그냥 보통의 엄마들의 삶을 성실히 살아온 것뿐이다.



요즘 말하는 갓생( GOD 生)은 자기 관리도 잘하고 생산적인 생활을 하는 루틴이 자리를 잡아야 한단다.

마흔이 되는 내년에 우리 가족은 모두에게 큰 도전을 하게 되는 한 해가 될 것이고

그 도전을 우리에게 좋은 일(?)로 만들려면 지금부터 나는 갓생을 살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매너리즘에서 오는 나의 무력함에 찔끔의 자극이 될 순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글자를 쓰자

MBTI도 I로 바뀌어 버린 집순이엄마 라이프가 된 이후

성인의 나름 지적인 대화는 약속을 잡아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기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 마저도 내가 평소에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그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지 않으면

그 소중한 시간에 공기에 흩어지는 이야기만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땐 내 안이 비어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가벼운 말들만 있다면 관계도 가벼워진다.

무겁지 않지만 농도가 있는 말들이 있는 책을 읽고

글자를 써보자.

그러다 보면 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고 글이 될 수도 있으니

일단 한번 써봐야겠다.



달리자

육아와 가사로 밤이면 발이 붓는 일상이라는 핑계를 대는 것이 참 편한 현실이지만

전신거울을 보니 안 되겠다.

아기를 낳은 지는 11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들어가지 않은 배를 보니

자연스럽게 들어갈 생각은 없어 보이니 움직여야겠다.

놀이터에서 아이를 잡으러 가면 달리다가 헉헉 거리는 것이 아닌

내 관심사를 하나 정해 생각을 하면서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귀를 가득 채우는 것도 좋다.

나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자

모르는 것이 천지인 이 세상에서 항상 공부를 하며 알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공부라는 건 내가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언제부터 내 뇌는 공부를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린 걸까

멋들어진 유럽의 언어를 공부해야겠다.

문외한들이 들었을 때 꽤 잘해 보이도록 열심히 해서

나의 머리가 모두 하얀 머리로 물들었을 때

그 나라의 햇볕 좋은 테라스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주문도 하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지금 이대로의 나라면 해외에 나갈 생각조차 못하고 사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이렇게 스스로에게 겁을 줘서라도 공부를 해야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갓생을 살아야겠다.

아니, 갓생을 살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고3을 성실하게 겪어낸 내가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최면을 걸어본다.

나는 나를 키우는 게 제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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