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ne Step Above

1. 퍼스트 클래스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프리미엄의 경로를 바꾸는 항공사들' 시리즈 PART 1

by 봉마담

프리미엄의 경로를 바꾸는 항공사들' 시리즈 PART 2


Emirates First, 공항의 한가운데 세운 조용한 궁정


2025년 7월 18일,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 국제공항 터미널 3에 퍼스트 클래스 전용 체크인 라운지 ‘Emirates First’ 를 공식 개장했다.


Emirates First는 퍼스트 클래스 승객과 Skywards 플래티넘 회원만 입장할 수 있는 전용 공간으로, 기존 체크인 구역과는 철저히 분리된 프라이빗 구조로 설계되었다. 황금빛 게이트를 지나면, 마치 미술관처럼 조용한 로비가 펼쳐지고, 웅장한 원형 기둥, 따뜻한 뉴트럴 톤의 벽면, 그리고 짙은 청동과 금빛 포인트가 공항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소파는 최고급 가죽과 패브릭으로 구성되었고, 바닥은 나무와 대리석이 교차한다. 환영 데스크 뒤에 놓인 롤렉스 시계는 에미레이트의 상징이자, 시간 위에 세운 브랜드 철학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곳엔 디지털 광고가 없다. 화려한 화면 대신 조용한 녹지와 생화가 공간을 채운다.


공항 한가운데 세운 '조용한 궁정', 그것이 Emirates First의 첫인상이다.



Emirates First, 압도적인 입구 전경



체크인에서 시작되는 분리된 세계


전용 입구를 지나 라운지에 들어서면, 직원이 다가와 부드럽게 인사를 건넨다. 승객은 소파에 앉은 채 여권을 꺼내고, 아이패드를 든 직원이 곁에 앉아 수속을 진행한다. 그 사이, 공항은 이착륙의 소음을 벗고 고요한 응접실처럼 긴장을 내려놓는다.

누구도 줄을 서지 않으며,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수하물은 대리석과 황동으로 꾸며진 별도의 공간에서 조용히 위탁된다. 퍼스트 클래스 전용 벨트를 통해 가장 먼저 도착할 뿐 아니라, 공항 시스템 내에서도 일반 짐과는 구별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분리된 여정’ 으로 관리한다. 체크인과 수하물 수속이 마무리되면, 승객은 전용 통로를 따라 대기 없이 보안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빠르게 통과한다. 이 모든 동선은 다른 승객과 겹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공간의 분리를 넘어, 경험 전체의 흐름을 다시 엮어 낸다.


이후 동선은 자연스럽게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로 이어진다. 이곳은 식사와 휴식의 공간을 넘어, 고객의 컨디션과 감각, 리듬을 비행에 맞춰 조율하는 전환의 무대다. 미슐랭 수준의 다이닝과 샴페인, 시그니처 칵테일 바, 15분간 제공되는 무료 스파 트리트먼트, 개인 샤워실, 조용한 수면 공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독립 데스크와 아이들을 위한 전용 놀이 공간까지. 모든 요소는 퍼스트 클래스 고객이 머무는 시간의 결을 섬세하게 다듬는다.


Emirates First는 퍼스트 클래스 승객의 공항 여정을 ‘체크인–보안–라운지–탑승’이라는 단절된 흐름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고요하고 매끄러운 시퀀스로 재설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승객은 단 한 번도 일반 구역과 마주하지 않는다. 퍼스트 클래스란 좌석의 품격이 아니라,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완벽히 분리된 세계 전체를 경험하는 것임을 에미레이트는 누구보다 조용하고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넓고 우아한 공간이 펼쳐진다



기능을 넘어, 퍼스트 클래스의 정의를 바꾸다


대부분의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는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를 마친 뒤 위치하며, 탑승 전의 시간을 식사와 휴식, 샤워와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대기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Emirates First는 개념이 다르다. 체크인이라는 초기 단계를 그대로 라운지로 전환했다. 이 구조적 변화가, 지금까지의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와 가장 뚜렷한 차이를 만들었다.

Emirates First는 고객 한 사람을 전담 직원이 동행하는 1:1 에스코트 방식 대신, 공간 설계와 프로세스의 완성도를 통해 규모 있는 퍼스트 클래스 운영을 품격 있게 수용하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매일 수천 명의 프리미엄 승객이 오가는 두바이공항 터미널 3의 상황에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응답한 결과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Emirates First고객이 공항에 도착한 그 순간을 설계의 중심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여정의 시작점을 앞당김으로써, 고객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공항 전체를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확장했다. 대한항공이나 일본항공 등 일부 아시아 항공사도 전용 체크인 공간이나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긴 하지만, 라운지급의 공간감과 디자인 완성도를 갖춘 체크인 경험까지 제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결국 Emirates First는 체크인이라는 기능에 머물렀던 공간을 퍼스트 클래스 세계관의 입구로 재정의한 시도다. 이 한 발 앞선 설계는,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의 시작점 자체를 다시 쓰게 만들 것이다.



개인 샤워가 가능한 에미레이트 일등석 기내



왜 Emirates First인가


그렇다면 에미레이트는 왜 Emirates First를 런칭했을까.

퍼스트 클래스 전용 체크인 라운지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확장을 넘어 브랜드가 스스로 설정한 고객 경험의 기준을 물리적인 공간 안에 새롭게 번역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핵심에는 세 가지 목적이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첫째, 수익성 높은 초고객층 확보를 위한 현실적 해법

에미레이트는 퍼스트 클래스 좌석만 주당 26,800석을 공급하는, 국제선 항공사 중 퍼스트 클래스 운영 규모가 가장 큰 항공사다. 퍼스트 클래스는 단지 고급 서비스가 아니라, 에미레이트의 수익과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축이자 핵심 전략 자산이다. 이처럼 대규모로 퍼스트 클래스를 운영하는 환경에서, 게다가 매일 수천 명의 프리미엄 승객이 오가는 두바이 공항에서는, 다른 항공사처럼 1:1 에스코트 방식으로 고객을 응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Emirates First는 대규모 운영과 프라이빗 서비스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조적 해법으로 설계되었다. 고객은 전용 입구에서 시작해, 독립된 라운지 안에서 수속과 보안 절차, 출국까지 모든 경험을 일관되고 품격 있는 흐름 안에서 통과하게 된다. 단지 효율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고가의 요금을 납득할 수 있는 감각의 흐름’을 설계한 장소다. Emirates First 는 그렇게 정의된다.



화이트 글로브와 무제한 캐비어를 제공하는 일등석 기내식 서비스



둘째, 경쟁 항공사와의 프리미엄 서비스 차별화

에미레이트는 이미 ‘하늘 위 궁전’이라 불리는 퍼스트 클래스 기내 를 통해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명성을 구축해왔다. Emirates First는 그 명성을 지상 서비스로까지 확장한 결정적 전환점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COO 아델 알 레드하(Adel Al Redha)는 개장식에서 이렇게 밝혔다.


“Emirates First는 퍼스트 클래스 고객과 최상위 회원에게 독보적이고 프라이빗한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체크인 경험에 또 하나의 환대 수준을 더하고자 합니다.”


이는 고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라이버시와 서비스의 일관성을, 공간 설계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전략적 의지의 표현이다. Emirates First는 단지 서비스 수준의 경쟁을 넘어서,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차별화에 응답한 방식이다.


셋째, 브랜드의 럭셔리 명성 제고와 고객 선별성 강화

Emirates First는 단지 고급스러운 서비스가 아니라, 누가 이 경험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에미레이트는 2025년 5월부터 퍼스트 클래스 마일리지 좌석의 이용 대상을 조정했다. Skywards 마일리지 프로그램에서 일반 등급 회원의 업그레이드는 제한하고, 실버, 골드, 플래티넘 등 상위 회원에게만 예약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 조치는 단순한 리워드 시스템 변경이 아니라, 퍼스트 클래스가 희소하고, 엘리트 고객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다. 즉, Emirates First는 좌석이 아니라, 브랜드가 선택한 고객에게만 열리는 상징적 경험인 것이다.


이러한 ‘선별성’은 단순히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에 고급스러운 인식을 덧입히는 핵심 도구가 된다. 실제로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조차, 그 존재만으로 브랜드의 격을 높게 인식하는 것, 바로 이것이 에미레이트가 노린 할로 효과(Halo Effect)다.

Emirates First는, 브랜드의 럭셔리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뿐 아니라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를 설계한 공간이다.





마무리하며

코로나 이후 많은 항공사들이 퍼스트 클래스 운영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확대에 집중하는 흐름으로 전환하고 있다. 반면, 에미레이트는 퍼스트 클래스 전략을 더욱 공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항공사다.


그 배경엔, 프라이버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UHNWI(Ultra High Net Worth Individual)들의 존재가 있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전용기(Private Jet) 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그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퍼스트 클래스를 찾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퍼스트 클래스가 전용기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에미레이트는 지금, 작지만 강력한 니치마켓을 가장 정교하게 겨냥하고 있는 항공사다.


에미레이트는 ‘Emirates First’를 통해, 니치 마켓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퍼스트 클래스는, 어디서 시작되어야 하는가.






<프리미엄의 경로를 바꾸는 항공사들> 시리즈


Part 1. 퍼스트 클래스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본문)

Part 2. 프리미엄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의 전략적 부상

Part 3. 프리미엄 항공, 시장 재편과 미래





'One Step Above'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브랜드 전략과 철학을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인사이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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