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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겔 Aug 21. 2022

월계동 사람들

프로젝트 '월계동 엮어보기'

 서울에는 월계동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노원구에 있으며 1동부터 3동까지 나뉜다. 적은 4.27제곱킬로미터. 중랑천과 우이천을 끼고 있으며 가운데 영축산, 북부는 초안산이 있다.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성북구 등 다양한 지역과 인접해있다. 그 안에 수 만 명의 사람이 살며, 새롭게 오거나 떠나가기도 한다.


 월계동에는 수 만 명의 삶이 . 그 삶은 월계동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계동에 머물거나 오고 가는 수많은 삶은 영축산, 광운대역, 이마트, 물류센터 같은 것들에 묻어난다. 그 공간들이 지니는 객관화된 정보들과 별개로 각자의 시간과 기억이 공간들에 켜켜이 쌓여있.


 그 삶을 지닌 소수가 모여 월계동에 대해 글을 쓰려고 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거창하게도 무려 월계동에 대해 엮어본다고 말하지만, 월계동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총망라하는 어마어마한 글이 될 것으로 기획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사회과학적으로 깊이 있는 글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을 잘 안다. 그저 월계동의 여러 공간들을 세 명의 시선에서 다양한 모양의 조각으로 잘라보고 새로 엮어보려 한다. 각 공간과 작가들이 공유하는 추억의 모양, 그리고 깊이와 폭에 따라 다양한 글이 쓰일 것으로 생각한다.

 

 월계1동에 살았던 J, 월계2동에 살고 있는 H, 그리고 월계3동에 살았던 A까지 총 3명 월계동의 이곳저곳에 대한 글을 싣는다. J는 15년, H와 A는 28년 월계동에 살았는데, 서로가 공유하는 약간의 교집합을 빼더라도 수십 년의 삶이 월계동을 겪었다. 그들의 고향이 되기도, 타향이 되기도, 혹은 떠나고 싶은 곳이나 너무 애정 하는 곳이 되었을 수도 있는 월계동 구석구석의 여러 공간에 묻은 삶을 반추하고 재구성해본다.


 수십 년이란 시간이 써놓고 보니 그리 길지도 않구나 싶고, 글쓴이들이 대표가 되어 쓰는 것도 아니지만 약간은 설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면 월계동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월계동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A : 제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던 이유는 위 글에 일목요연하지는 않지만 조금 늘어놓았습니다. 월계동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너무 빛 바래기 전에,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월계동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기억하는 월계동의 여러 공간들을 조명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입니다. 짧은 글이라도 써서 기억 속 월계동이 희미하게라도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 개인이 부여하는 의미가 되었든, 사회적으로 부여할만한 의미가 되었든 간에 곱씹고 고민도 해보면서요. 


H : 월계동과 28년을 함께 하면서 2년 동안은 이웃동네에 살아보면서 이웃동네 월계동을 느껴보고 3년 동안은 서울 안 다른 동네에 살아보면서 잠시 월계동을 멀찌감치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월계동은 많은 변화가 있었고 월계동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점의 변화와, 지점의 변화, 관점의 변화로 생기는 다양한 월계동에 대한 생각을 월계동이라는 공간에 담아볼 생각입니다. A, J와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추억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A와는 같이 일해보기도 하면서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두 친구들은 현재 동네에 있지 있지만 아직 저는 현지 주민으로 월계동을 바라보는 주관적 시선 또한 잔뜩 실어볼 생각입니다. 


J : 월계동은 추억의 집합이다. 추억의 사전적 의미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에 불과하지만, 나는 힘을 가진 기억으로 재정의하고 싶다. 그렇게 보면 월계동은 내게 '힘을 가진 기억의 집합'이 된다.

 우리는 때로 접점이 없는 개인의 추억을 읽다가 사연의 힘이 주는 감정이 통할 때 뜻밖의 감동을 만난다. 이유를 샅샅이 밝힐 순 없지만 그만큼 시절이 켜켜이 쌓인 이야기에는 울림이 서려 있다.

 충만하고 소중했던 시간의 면면을 솔직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풀어놓는 일은 물론 내게도 남다른 의미를 줄 것이다. 그러나 욕심으로는 별것 없는 사정이라 대단한 감상을 드릴 순 없어도 기고할 글들이 위에서 말한 감동 같은 의의(맥락이야 그렇지만 사소한 소일거리나 위안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를 갖길 원한다.


 프로젝트 '월계동 엮어보기'는 매달 하나의 공간에 대해 3명의 글쓴이가 각자의 시각과 경험, 생각으로 엮어볼 계획이다. 월계동을 잘 모르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읽어주시는 이들께서 수십 년, 수년 은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애정을 품동네나 장소의 구석구석에 기록된 각자의 역사를 떠올려보실 수 있다면 조금은 재미를 찾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다. 우리의 기억 조각들로 엮은 월계동의 과거와 현재가 읽어주시는 이들의 마음속 그 동네를 엮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글쓴이 : A, H,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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