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는 별똥별을 볼 수 없겠지

by 해와


어릴 땐 읍내에만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집에 들러 교복을 갈아입고 학원에 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골에서 학원도 보내고, 대학도 보낸 부모님께 감사해야하지만.

하교 후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학원에 갔다. 도서관에서 숙제도 하고, 책도 읽고.

시간이 더디 가는 날에는 000에서 990까지 서가에 꽂힌 책 제목을 읽었다. 꽤 재미있었다.

책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독서 한 기분이었다. 덕분에 현대소설 작가를 잘 외울 수 있게 되었고.



학원차에서도 가장 늦게 내렸다.

읍내에 사는 친구들이 모두 내리고서야 내 차례가 됐다.

거진 한 시간을 뱅뱅 돌다 보면 멀미도 나고…. 괜히 서럽고, 속상하고.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한밤이었는데, 늘 할머니가 마중을 나와 계셨다.

그때는 뭐가 급해서 할머니와 나란히 걷지 않고 앞서 걸었는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마중 나오지 않는 날에는 집이 지척인데도 잠깐의 어둠이 무서워서 무작정 달렸다.

가끔은 고라니 울음소리에 귀를 틀어막기도 하고, 또 가끔은 불쑥 튀어나온 고양이에 고함을 지르기도 하며.



그날은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 어둠에 홀로 내동댕이쳐져서는 하늘만 보며 달렸다.

길에서는 헛것이 보여도 하늘에서는 헛것이 보이지 않을 테니 나름 견딜 수 있는 방법이었다.

순간,



열심히 달리다 우뚝 멈춰 섰다.

손에 쥐고 있던 문제집을 품에 꼭 끌어안고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내가 별똥별을 봤어. 우리집 천장에 있는 야광 별똥별이 아니라 진짜 별똥별!

유성이 지나간 자리를 손가락으로 따라가 보다가 뒤늦게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러고 나서는 혹시나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늘을 보며 집에 걸어갔었다.




.

.

.




오랜만에 시골에 갔다가 잠 못 든 적이 있다.

밤은 원래 이렇게 어둡구나. 달은 원래 이렇게 밝구나.

밤의 어둠과 달의 밝음이 낯설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창가로 쏟아지는 달빛이 이불도 비추고, 이불 밖으로 빼꼼 나온 발가락도 비추고.

도시에서 인공조명에 익숙해졌고, 그래서 온전한 달빛이 침대 위에 앉는데 괜스레 울컥했다.



어제는 보름달이 떴다. 지하철에서 떠밀리듯 나와 왁자지껄한 골목을 지나 집에 들어오는 길, 하늘을 봤다.

정말 크다, 동그랗다. 그런데 도시의 달은 하낫도 밝지 않았다. 도시의 밤이 지나치게 눈부셨으니까.

늘 밝아서 어둠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이 곳, 이 도시에서는 별똥별을 볼 수 없겠지.



KakaoTalk_20201209_193553509.jpg 그림, 내친구 오수정


keyword
작가의 이전글쉿, 스님 말씀하시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