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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바다, 무사귀환의 염원을 담은 성당들

by 박경화

10. 바다, 무사귀환의 염원을 담은 성당들


1. 성 마조르 대성당


성 마조르 대성당의 외관 일부는 공사 중이었다. 정면 하단은 가려져 있었지만 아치형 문 위의 작은 아케이드 마다 놓여 진 성인들의 조각상은 볼 수 있었다. 돔들은 화려했는데 가장 큰 돔이 더욱 정교했고 상단에 쿠폴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신 비잔틴 양식과 신 로마네스크 양식이 조화를 이룬 성댱의 외벽은 규칙적인 가로 줄무늬가 아름다웠다. 5세기 예배당이 있던 자리에 1852년부터 19세기 말까지 대대적인 공사를 했으며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내부의 벽면도 분홍빛의 규칙적인 줄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다. 검소한 듯 절제된 분위기에다 규모가 크고 천정도 높아서 더욱 엄숙한 느낌이 들었다. 제단까지 가는 길 벽면에 프랑스의 각 지역을 상징하는 깃발이 줄지어 게양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조르성당외부.jpg 성 마조르 대성당 외관


마조르성당내부-2.jpg 성 마조르 대성당 내부 장식
마조르성당내부.jpg 프랑스 각 지역을 상징하는 깃발이 게양된 성 마조르 성당 내부


2. 부야베스


성당을 관람하고 점심식사 할 곳을 찾았다. 마르세유가 원조인 ‘부야베스’를 먹어보고 싶었다. 여행책자에 소개된 부야베스는 생선과 야채를 넣고 끓인 국물에 빵을 찍어먹는 요리다. 우리나라의 매운탕처럼 얼큰한 맛이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항구 쪽 식당에서 팔 것 같았다. 혜진 아빠와 엄마는 근처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고기 종류를 먹고 싶지는 않았다.


“바닷가니까 해산물을 먹어야지.”


남편의 말에 나도 동조했다.

“부에야스가 칼칼한 맛일거야”


한식같은 점심을 바라며 걸어갔다. 바닷가에는 식당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해산물 요리를 즐기고 있었다. 남편은 홍합탕을 나는 부야베스를 시켰다. 부야베스는 생선을 넣은 탕이었지만 짜고 기대와는 달랐다. 가격은 35유로로 비쌌다.


바닷식당.jpg 마르세유 바앗가 식당


부에야스.jpg 마르세유-부에야스


홍합탕.jpg 마르세유-홍합탕


3.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마르세유에서 가장 높은 석회암 언덕 가르드(162m)에 있는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으로 갔다.


우리 일행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갔는데 언덕을 걸어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고 작은 꼬마 기차인 쁘띠 열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당이 위치한 곳은 넓은 마르세유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장소다. 예배당의 외관은 웅장했다. 높은 벽 위에 지어진데다 이미 언덕위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한참을 우러러봐야했다. 종탑 위의 아기예수를 안은 성모마리아상은 황금빛으로 빛났다. 도시를 굽어 살피는 듯한 모습이 ‘참 좋으신 어머니’라는 성당의 애칭과 어울렸다. 채색 대리석으로 만든 줄무늬 외벽은 마조르 성당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실어온 대리석을 사용해서 1835년부터 10년 동안 공사를 했다고 한다. 13세기에 예배당이 있었고 16세기에 요새가 있던 자리에 신 비잔틴 양식으로 다시 세워졌다.


성당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입장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렸다. 내부에는 미사를 드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당 안의 장식은 금도금과 모자이크로 화려했다. 중앙의 제단 뒤 윗부분에는 물결을 헤치고 항해를 하는 배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천정에는 여러 색의 배 모형들이 매달려 있었다. 이 도시의 특성상 뱃길에서 안전한 운항을 염원하는 간절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노트르담드.jpg 노트르담 드 라가르드 성당


바실리크내부.jpg 노트르담 드 라가르드 성당 내부



4. 이야기를 품은 항구도시


성당 밖으로 나와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도시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 항구 쪽으로 뮤셈과 생 장 요새도 보였다. 붉은 지붕들 집이 밀집한 너머로 바다가 건너편 이프 섬이 보였다. 프란시스 1세가 1529년 해안 방어를 위해 이프 섬에 요새를 짓게 했다. 그 이후 절벽 위 요새가 중죄인을 가두는 감옥(1580년~1871)으로 쓰였다.1890년 9월 감옥기능이 없어지고 후에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었다.


이프 섬은 알렉산드로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백작’(1845년 발표)의 배경이 되어서 더 유명해진 것 같다. 젊은 선원 애드몬 단테스는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 연적의 모함으로 죄수가 되어 14년간 이프 섬에 갇혀 지낸다. 감옥에서 만난 늙은 죄수로부터 보물이 있는 이탈리아 앞바다 몬테크리스토 섬의 지도를 건네받는다. 섬을 탈출한 그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자기를 배신했던 자들에게 복수를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의 무대여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풍랑 때문에 배 운행이 제한된 상태였다. 멀리서 볼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바실리크성당사람들.jpg 노트르담 드 라가르드 성당 밖



이프섬.jpg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인 된 이프 섬


남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그냥 아름다운 곳 이라기보다는 그 장소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문학과 그림의 배경이 된 장소는 특별한 느낌으로 남는다. 그 도시가 품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조금씩 알아간다면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마르세유는 처음에 도착했을 때 거칠고 날 것의 느낌이었는데 조금씩 알아가면서 친근함이 들었다.


마르세유 사람들은 프랑스 혁명 때 기개를 드러냈다. 500여명의 의용군은 파리까지 행군하는 동안 목청을 드높여 노래를 불렀다.

‘가자 조국의 아이들아. 영광의 날이 왔다.’

시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던 의용군의 노래는 현재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서예즈’(La Marseillaise) 가 됐다.

전에 보았던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그 노래가 나왔던 영화 장면이 떠올랐다. 그 배경이 마르세유였다니 도시가 새삼 의미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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