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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골목이 아름다운 성곽 도시, 생 폴 드방스

by 박경화

11. 골목이 아름다운 성곽 도시, 생 폴 드방스


1. 걷다가 멈추고, 또 걷고


엑상프로방스에서 3박을 하고 니스로 가면서 생 폴 드방스에 들렀다. 2시간 정도 거리였는데 중간에 작은 휴게소에서 한번 쉬었다. 한숨 돌리면서 바라본 하늘은 쨍하게 푸르렀다.


마음속에 생 폴 드방스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커져갔다. 예전에 선배 선생님에게 남프랑스 자유여행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분은 퇴직 후 딸과 함께 갔던 여행일정을 이야기해주셨다. 여러 도시 이름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상상은 여러 이미지들을 불러 일으켰다. 그 중에 골목이 아름답다는 성곽도시 생 폴 드방스와 에즈는 꼭 가보고 싶어졌다. 그 선생님의 그림 전시회에서 본 남프랑스 골목길 풍경 유화는 인상적이었다. 그림 속의 장면들을 상상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쨍한하늘.jpg 생 폴 드방스 가는 길 휴게소에서 본 하늘


생 폴 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 코트다쥐르의 외딴 언덕에 요새처럼 솟아 있는 도시다. 프랑수아 1세가 1537년에서 1547년까지 건축한 도시방어용 성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관광청 사무소에 들러 안내책자를 받아보니 도시는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골목길을 따라서 걸어 다니면 될 것 같았다.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그랑드 거리를 중심으로 샛길들이 퍼져 있는 구조다.


혜진 아빠와 엄마와는 따로 다니고 식사도 각자 하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걷는데 좁은 골목길마다 예쁜 정경이 나타나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돌이 예쁘네”


먼저 바닥으로 눈이 갔다. 아스팔트길이 아니라 다양한 돌들로 만들어진 길이었다. 자갈은 모양도 색도 다양하고 독특했다. 크고 둥근 자갈을 중심으로 자잘한 타원형 자갈을 배치한 모양은 해 같기도 하고 꽃처럼 보이기도 해서 감탄을 자아냈다.


고풍스런 석조 건물들은 벽의 질감 느낌이 조금씩 달랐다. 반질 반질 닳고 혹은 투박한 돌들로 이루어진 도시가 삭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식물들은 푸른 잎과 원색의 꽃들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보이는 것 마다 단조롭지 않고 개성이 있어서 눈길을 떼기 어려웠다. 화분과 간판도, 상점에 진열된 상품들도 디자인이 멋스러웠다. 그림들이 진열된 갤러리가 많았는데 직접 작업을 하는 화가들도 있었다. 남 프랑스의 자연 풍경을 그린 유화들이 눈길을 끌었다.


생폴드방스바닥.jpg 생 폴 드방스 골목길 바각의 자갈돌
그림파는곳.jpg 생 폴 드방스의 갤러리


2. 하늘과 가까운 도시를 사랑한 노화가


아름다운 마을과 연관된 예술가가 있을 법한데 생 폴 드방스를 사랑한 화가는 샤갈이다. 러시아 태생 유대인 화가 마르크 샤갈은 말년에 20년(1966년~1985년)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을 했다. 97세로 생을 마감하며 퓌 언덕위에 공동묘지에 묻혔다.


묘지는 마을 입구 반대쪽에 있었다. 높은 성벽 밑에 자리 잡은 그 곳 주변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화분들로 조성된 묘지는 양지바른 곳에 있어서인지 무겁기 보다는 밝은 분위기도 들었다. 십자가와 조화로 꾸며진 묘들도 있었지만 전혀 장식이 없는 소박한 묘가 눈에 들어왔다. 샤갈의 묘였다. 커다란 직육면체 돌을 뉘어놓은 편편한 비석 위에는 자잘한 돌들이 올려져 있었다. 유대인이었던 샤갈에게 꽃 대신 유대교 전통에 따라 돌을 올려놓는 것이다. 사람들이 추모의 의미로 올려놓은 돌 위에 간혹 글씨를 적기도 했는데 한글도 눈에 띄었다. 대가의 수수한 묘는 그 삶의 자세를 드러내는 듯했다.


묘지.jpg 퓌 언덕위의 묘지
샤갈묘지.jpg 샤갈의 묘

묘지 옆의 성곽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 곳으로 올라가니 나무들 사이로 자리 잡은 마을과 그림 같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냥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었지만 시간은 제한되어있고 점심 식사도 해결해야했다. 분위기 있는 곳을 찾다가 화분으로 장식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자잘한 빨간 꽃이 핀 화분 너머로 언덕 아래 마을 풍경들이 보였다. 대도시와는 다른 아기자기함이 있었다. 친절하게 웃어주는 종업원 아가씨에게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시켰다. 스테이크는 엑상프로방스보다 저렴하고 질도 좋았다.


묘지옆.jpg 퓌 언덕 묘지옆 성곽
레스토랑.jpg 생 폴 드방스 레스토랑


파스타.jpg 전망 좋은 음식점의 점심식사


식사 후 걷고 또 걸어도 골목길은 새롭고 정겨웠다. 그랑드 거리의 중앙에는 17세기에 만들어진 분수가 있었다. 예쁜 모자와 원피스 차림의 여자 아기가 맨발로 그 앞을 걸어가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상점에 있는 가방이나 모자, 악세사리와 의류들을 구경하다보면 고양이들과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거나 입구에서 햇빛을 쬐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자연스러운지 미동도 안하고 앉아 있었다.


마을에 어울리게 규모가 작은 생클로드 예배당은 종탑도 소박해 보였다. 좁은 길을 호젓하게 걷다보면 건물에 드리워진 나무들의 그림자가 멋스러워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걷다가 계단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앉아서 쉬어갔다. 가족끼리 커플끼리 온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노부부들이 많이 보였다. 나이가 들면 동서를 막론하고 무릎이 아픈지 뒤뚱 뒤뚱 걷게 되는 것 같다. 힘든 사람은 배우자에게 힘겹게 의지하고 걷는다. 서로 배려하는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


분수대.jpg 그랑드 거리의 분수대와 어린이


얼룩고양이.jpg 생 폴 드방스 상점의 고양이


검은고양이.jpg 생 폴 드방스 상점 앞 검은 고양이


건물꽃.jpg 생 폴 드방스-식물과 어우러진 건물


생폴드방스성당.jpg 생 폴 드방스의 성당


골목길-5.jpg 생 폴 드방스 골목길을 걷는 노부부


샤갈과 피카소 작품이 있는 매그 미술전시관은 성곽 외부에 있어서 못 갔다. 샤갈의 작품을 못 봐서 아쉬웠다.


걷다가 혜진 아빠와 엄마를 만났다. 도시가 작다보니 쉽게 마주치게 되었다.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생 폴 드방스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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