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니스 바닷가
예전에 들었던 ‘모모’라는 노래 가사에서 '니스'라는 단어가 궁금했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 짓하며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에 발표된 김만준의 노래는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의 14세 소년 모모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빈민가에서 힘겹고 외롭게 사는 소년 모모를 버티게 한 것은 환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모가 ‘니스의 날아가는 새’를 꿈꾼다는 뜻을 파악한 후 ‘니스’가 프랑스의 해변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아름다운 바다의 대명사처럼 ‘니스’의 풍경을 막연히 상상했다. 바다는 신비로우며 해변은 하얗고 고운 모래일 것 같았다.
니스에 도착해 푸른빛과 녹색이 어우러진 오묘한 바다 빛을 보고 상상은 현실로 구체화되었다. 그 다양한 바다 빛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단어가 딱 떠오르지 않았다. 코발트빛은 녹색을 띈 짙은 파란 빛이다. 에메랄드빛은 크롬을 함유하여 비취색을 띈 투명하고 아름다운 녹주석 색이다. 그 두 가지로 부족해서 맑은 푸른색인 셀루리안 블루와 짙은 푸른색인 울트라마린이란 단어도 떠올려 봐도 미진했다. 여러 종류의 푸른빛들이 드러나면서도 혼합돼있어서 표현력에 한계를 느꼈다.
니스 바닷가는 7km 길이로 시원하게 펼쳐져있어 명성에 걸맞는 풍경을 펼치고 있었다. 해변은 백사장이 아니라 검은 자갈이어서 의외였다. 안 와봤으면 계속 실제와는 다른 이미지를 지닌 채 살았을 것이다.
니스는 프랑스 남동쪽 알프코트 다쥐르 지방에서 마르세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500년 마르세유에 정착해 살던 그리스인들이 이곳에 와서 ‘니케’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와 가까운 지중해의 항만도시이다. 1세기에는 로마인들의 지배를 받았고 이탈리아 통일 영웅인 주세페 가리발디가 태어난 곳이다. 독립도시였다가 1860년 토리노 조약에 의헤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프랑스와 이태리 두 나라의 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해안가를 따라서 폭이 넓고 길게 이어진 산책로가 시원했다. 4Km 정도로 조성된 프롬나드 데 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는 18세기 후반에 우기를 피해 휴양을 왔던 영국인들이 많은 돈을 기부해서 조성했다. 바다를 향해 길게 설치된 벤치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에 비치된 유료 파라솔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냥 자갈밭에 자리를 잡고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9월 말이지만 여름 같은 분위기였다.
2. 바다와 함께 움직이는 도시
니스의 메인광장인 마세나 광장은 아주 넓은 공간이었다. 세계3대 카니발로 꼽히는 니스 카니발이 열리는 곳이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되새기며 사순절을 앞두고 열리는 축제는 2월에 열린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카니발로 1873년 니스 시에서 축제위원회를 결성하고 공식적인 카니발 1회를 진행했다. 거대한 인형조형물과 꽃들로 장식된 대규모 광장에서 많은 인파가 어우러져 벌이는 축제는 장관일 것 같았다.
마세나 광장의 바닥은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흰색과 검은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긴 폴대 위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사람 형태 조형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출신의 아티스트 하우메 플렌사의 작품들은 여러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7명의 사람들은 7개 대륙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세나 광장의 한편에는 니스의 랜드마크인 거대한 분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분수대 중앙에 서있는 7m의 동상은 아폴론의 나체상이다. 태양마차를 이끄는 말들에 둘러싸여 당당하게 서서 이 도시를 지켜주고 있는 듯했다.
오후가 되자 하늘은 연한 주황색 석양으로 물들었고 바다는 더욱 짙은 색으로 차분하게 다가왔다. 어스름해지면서 마세나 광장의 폴대 위 사람들 조명에도 다양한 색의 조명이 들어왔다. 분수의 물줄기는 여전히 힘차게 솟아올랐고 푸르스름한 청동 사자상 들은 힘차게 달리는 듯했다. 밤바다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있었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둥글게 모여 앉아 웃고 즐기는 젊은이들 모습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