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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거침없이 탁 트인 도시, 마르세유

빛으로 남은 날들-8

by 박경화

09. 거침없이 탁 트인 도시, 마르세유

1.역사와 예술의 조화, 뮤셈


엑상프로방스에서 셋째 날은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려 마르세유로 갔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역사가 긴 도시이며 최대 규모의 항구도시다. 복잡하기도 했고 바다를 끼고 있어서인지 거침없는 날 것의 느낌이 들었다. 흑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동안 다녀왔던 아비뇽, 아를, 님, 엑상프로방스는 공통적으로 곱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마르세유는 전혀 달랐다. 더 솔직하고 활달한 기운이 느껴졌다.


관광청에 들러 지도를 받고 바다를 따라 걸었다. 단체로 온 관광객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marseille 글자모형이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겹겹이 원을 만들고 서서 길거리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궁금해서 틈으로 보니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항구에는 배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고 요트를 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가슴이 탁 트였다.


마르세유-항구.jpg 마르세유 항구


바다를 따라 곧고 길게 나 있는 도로 옆으로 높고 오래된 성벽이 이어져 있었다. 그 끝에 다다르자 현대적인 유리 건축물인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이 눈길을 끌었다.


뮤셈은 대형 그물망 문양이 건물을 뒤덮은 외관이 독특했다. 마르세유는 ‘유로메디테라네’ 라는 대규모 도시재생을 통해 건축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 이 건물을 탄생시켰다. 마르세유가 유럽문화도시로 선정된 2013년 개장했으며 루디 리치오티가 설계했다. 루브르 박물관 이슬람관을 설계했던 루디 리치오티는 이 건물을 디자인해서 2017년 베를린에서 ‘컬러 콘크리트 웍스 어워드(’Colored Concrete Works Award)를 수상했다. 외벽의 그물 모양의 패턴은 광물성 색소인 검정색 무기안료를 첨가한 초강력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뮤센-성곽.jpg 뮤셈- 성곽


마르세유.jpg 마루세유-뮤셈



건물 안으로 들어가 외벽과 맞닿은 복도를 걸을 때는 그물 안의 바다 속에 들어온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숭숭 뚫린 그물 구멍은 크기도 모양도 다양했다. 그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바닥과 푸른 색 유리벽에 기하학적 무늬들을 만들어냈다. 그 틈새 사이로 통과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바닷가 쪽으로 요트들도 보였고 나폴레옹 3세가 황후 외제니를 위해 지었다는 파로 궁도 보였다.


뮤셈복도.jpg 뮤셈-복도


뮤셈틈.jpg 뮤셈 안에서 본 바깥 풍경


실내에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통합되어 다양한 그림과 조각, 예전 생활용품과 복장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독교와 이집트, 이슬람 문명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르세유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명이 교류한 지역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납득이 갔다.


기원전 600년 그리스 사람들이 개척한 마르세유는 로마인이 거쳐 갔고 중세에는 십지군 원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인근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 터키, 아시아 사람들이 교류한 곳이다. 이 도시 인구의 4분의 1이 이민자들이고 그들 중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한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 마르세유.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은 프랑스가 지중해 여러 나라를 품고 조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뮤셈전시-1.jpg 뮤셈 전시실


‘다 어느 쪽으로 갔지?’


전시장을 이동하다 일행을 놓쳤다. 남편과는 와이파이 도시락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이 어려웠다. 남편 친구 부부처럼 각자 로밍을 하고 오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관람을 하다 최종 출구 쪽으로 가면 되겠지 싶었다. 전시를 따라 가다 보니 옥상의 야외 테라스로 나가게 되었다. 그 곳에도 그물망 형태 구조물이 벽과 지붕일부에 설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의자에 누워 햇빛과 바람을 느끼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남편 친구 부부가 그곳에서 쉬고 있었다. 남편이 나를 찾아 박물관 입구 쪽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엇갈려서 우왕좌왕하다 남편과 재회를 하고 다 함께 이동했다.


뮤셈 옥상에서 이어진 다리 쪽으로 걸어가면 생 장 요새 쪽으로 갈 수 있었다. 탁 트인 공간에서 바다와 도시 전경이 펼쳐졌다. 가까이는 성 로랑 천주교 성당과 그 뒤에 성 마조르 대성당, 멀리 언덕 위로 바실리크 노트르담대성당까지 보였다. 생 장 요새(Fort Saint Jean)는 17세기 루이 15세가 군사용으로 축조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보다는 내란을 예방하기 위해 지어졌다. 포문이 바다가 아니라 도시를 향해 나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전인 12세기에는 성 요한 호스피탈 기사단의 사령부가 있었고 15세기에는 르네 왕이 타워를 세웠다.


요새 쪽 건물에서도 미술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역사가 오래된 생장요새와 현대건축물인 뮤셈을 다리로 연결해서 자연스럽게 문화공간을 형성한 것에서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뮤셈연결.jpg 뮤셈과 생장요새 연결다리


뮤셈경치.jpg 뮤셈에서 본 풍경


마르세유큰항구.jpg 뮤셈에서 바라본 마르세유항구
뮤셈신구조화.jpg 마루세유-과거와 현재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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