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피스트리 박물관
토요일과 일요일은 엑상프로방스의 박물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미술관은 입장료를 냈지만 박물관은 부담 없이 들어갔다. 무료여서인지 현지인 관람객들이 많아 북적대는 분위기였다. MUSEE DES TAPISSERIES는 17, 18세기 테피스트리를 소장하고있는 박물관이다. 섬세한 형상이 장식된 천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나무며 인물들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실로 짠건가?”
나는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그림일거야.”
남편의 말에 동조했고 당연히 그럴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유심히 보고 있으니까 전시장을 관리하시는 아저씨가 다가왔다. 작품들은 수공으로 제작된 것이라며 몸짓을 섞어서 설명해주셨다. 일일이 손으로 직물을 짠 것이 그림처럼 섬세하게 보였다는 것이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다.
프랑스에서 태피스트리는 13세기부터 궁전이나 귀족 저택의 벽에 거는 실내장식품으로 발달했다. 17세기에서 18세기에 프랑스 피카르디 우아즈 보베 지역에서 생산된 태피스트리는 주로 극장 장식으로 쓰였다. 박물관에는 예전 무대 복장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귀족들이 입었을 법한 드레스도 다양했고 여자들의 속옷도 화려했다.
박물관 한편에서 노래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가득 몰려있는 방에서는 여성 중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아마추어 공연단인 것 같았는데 주말에 발표를 하나보다. 기타반주에 맞춘 흥겨운 리듬에 관객들도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봉사도 하는 그들의 표정이 너무 밝고 즐거워보여서 보는 사람들도 행복해 지는 것 같았다.
2. 생 소베르 대성당
생 소베르 대성당은 건물 가운데 있는 작은 정원은 아기자기 하고 인상적이었다. 내부는 화려하고 웅장했다. 천정 부근은 붉은색, 그 아래 성화가 그려진 곳은 푸른 색 조명이 들어왔고 제단 부근은 녹색 빛이 감돌았다. 12세기 고대 로마 시대 아폴로 신을 섬기는 신전이 있던 자리에 짓기 시작해 16세기에 완공된 건축물이다. 500년 가까이 걸려 지어서 로마네스크와 고딕, 신 고딕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주말이어서인지 미사포를 쓰고 성당으로 들어오는 여인들도 있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당이 지금도 미사를 드리는 장소로 사용되니 대단하게 여겨졌다.
성당근처에 옛날 복식과 생활도구 등이 전시된 박물관이 있어서 들어갔다. 공짜가 좋긴 좋은 것 같다. 입장료가 있으면 안 들어갔을 텐데 피곤해도 힘이 났다.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제각각 다양한 의상을 갖추어 입고 있었다. 우리나라 자개장을 연상시키는 책장을 겸한 서랍장은 장식이 화려하고 정교했다. 옛날 지도도 전시되어 있었다. 과거 프랑스의 생활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러 번 같은 길을 걸으며 그 도시가 조금씩 익숙해지면 떠나는 날이 다가온다. 쿠키를 즉석에서 구워 파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마들렌을 파는 곳도 인기가 있었다. 쿠키를 파는 아저씨는 상냥했다. 우리 일행이 저녁 먹을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약도를 그려주면서 스테이크 집을 알려주었다.
저녁 시간에 맞추어서 가니 이미 예약이 다 되어있다고 했다. 근처의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갔다. 스테이크가 아주 비싼 편은 아니었고 분위기는 편안했다. 엑상프로방스에서 마셔봐야 한다는 로제 와인도 곁들였다. 고기는 질긴 편이어서 그럭저럭이었지만 두 가족이 여행이 익숙해져 가면서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했다. 와인도 각자 계산하고 자연스럽게 더치 페이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