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더위의 끝에서 초가을 바람이 기다려진다. 1년과 2년 사이에서 딱 이맘 때쯤 죽녹원의 푸름을 만난다. 봄이면 꽃 따라, 여름이면 바다 따라, 여름과 가을 사이라면 숲과 길을 따라 간다. 겨울이면 눈을 따라가고 싶은데 추위로 인해 절제한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나라에 태어나 계절마다 사랑하는 지역이 있고, 그 곳으로 향한다. 꽤 오랜 세월의 역사 속에서 변함없이 고유의 것을 간직하고 지키는 이들의 노력과 시간을 존경한다. 옛스러운 한옥 마루에 앉아 전생에 나는 누구였을까를 상상하며 그렇게 초가을 바람을 기다렸던 그날의 낭만은 다시 떠올려도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