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했지만 쫓겨났습니다.

실버강사 첫 현장에서 마주한 ‘존중받지 못한 마음'

by 다온홍쌤

급하게 연락이 왔다.
기존 강사님이 갑자기 그만두셔서 오늘 수업을 대신 맡아줄 수 있냐는 요양원의 요청.
나는 사전 인수인계도 없고, 교구도 준비되지 않았지만,
‘어르신들이 기다리실 수 있으니’ 하는 마음 하나로 현장에 나섰다.

도착하자마자 실장님이 간단한 설명을 해주셨고, 나는 준비한 동작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원장님은 나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물었다.
“전공이 수영이시라고요?”

그 다음 말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톤으로 이어졌다.
“그 전공으로 체조 수업이 되겠어요? 체조 전공이 아니라면 전문성이 없는 거 아닌가요?”

나는 30년 가까이 몸을 다루고, 움직임을 가르치며 살아온 사람이다.
국가자격증을 갖춘 체육지도자이고, 실버체조에 필요한 해부학과 자세이론, 기능적 움직임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원장님의 눈에는 ‘수영 전공’이라는 한 줄로 내가 지워졌고,
그 자리에서 “그만 나가주세요”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수업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조용히 내 말에 귀를 기울였고,
천천히, 가늘게 움직이는 팔과 다리에도 따뜻한 미소가 따라왔다.

그 장면 하나면 충분했다.
모욕이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를 다시 찾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원장님은 또 말했다.
“왜 수업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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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될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그날 배웠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사람 밑에서도 오늘도 누군가를 웃게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어르신 한 분이 조용히 내 손을 잡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돌봄의 자격’이 무엇인지 되묻게 되었다.

누가 누구를 돌보는 걸까.
누가 먼저 존중받아야 할까.




오늘도, 어르신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