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의 무게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엄마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을 때,
나는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방금 전 이야기를 또 묻는 엄마에게 나는 자주 짜증을 냈다.
“엄마, 방금도 말했잖아.”
“그걸 또 왜 물어봐?”
그 말들이 엄마에게 얼마나 날카롭게 꽂혔을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엄마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했다.
“너도 늙어봐라.”
그 말은 한동안 그저 투정처럼 들렸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 말 앞에 자꾸만 걸음을 멈춘다.
나는 지금 실버강사로 일하며 매일 어르신들과 마주한다.
동작을 까먹고, 내가 한 말을 또 물어보시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시는 그분들을 보며 내 안에서 익숙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아, 우리 엄마도 이랬지.’
나는 처음엔 당황했고, 곧 깨달았다.
그분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저 시간의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서 있을 뿐이다.
잊어버리는 것도, 느려지는 것도 누구나 걸어가야 할 삶의 일부였음을
나는 이제야 배우고 있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이 내 손을 꼭 붙잡고 말씀하셨다.
“내가 많이 느려졌지? 그런데 선생님이 기다려주니까…
내가 아직 사람 같아.”
그 말에 가슴이 저릿했다.
내 엄마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를 기다려주며 살아오셨을까.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엄마를 기다려 준 적이 있었을까.
나는 체조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어르신들께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해하는 일.
기다려주는 일.
그리고
마음을 다해 공감하는 일.
그건 생각보다 어렵고, 내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삶의 자세였다.
엄마.
당신이 자주 말씀하셨던 그 말.
“너도 늙어봐라.”
그 말의 진심을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이제는 내가 당신의 느려진 걸음에 맞춰 기다릴게요.
당신이 나를 품어주던 그 시간만큼,
이제는 내가 당신의 마음을 품을 차례예요.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늦은 깨달음 앞에 나는 오늘도 고개를 숙이고 배운다.
그리고 다짐한다.
어르신들을 대하듯,
이제는 엄마를 더 따뜻하게, 더 깊이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