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의 빵집 추천 뉴스레터
"점심은 빵집에서 먹는 게 어때요?”
박현영 기자는 좋은 빵집을 많이 안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이든 다 알고 있다며. 만날 곳만 정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로선 전혀 생각지 못한 장소였다. 점심을 빵집에서 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배가 고팠다. 왠지 저녁이 되기 전에 식사를 한번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결국 다음을 기약했다. 나에게 빵은 디저트라.
박현영 기자. 숙명여대를 졸업한 그는, 시사저널이코노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경제에서 만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디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에는 빵집 큐레이팅 뉴스레터 서비스 ‘빵슐랭가이드’를 시작했다.
어느 날, 박현영 기자는 나에게 구독 링크를 하나 보내왔다. 빵집 추천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말과 함께. ‘탈블’하면 빵집을 차리겠다 말하던 그였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나는 인터뷰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이 그러하듯.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였다. 그런데 정말로 기자를 인터뷰하게 될 줄이야.
박현영 기자는 자신이 직접 발품 팔며 얻은 빵 정보를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어 뉴스레터를 하게 됐다고 했다. 쉽게 살 수 있는 빵부터 숨겨진 빵집, 몸에 좋은 빵까지. 특히 ‘몸에 좋은 빵’을 차별 포인트로 내세웠다. 네이버에서도 찾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구상 중이라 했다. 제휴할 빵집은 진작에 섭외했다고. 그는 계획이 다 있었다.
박현영 기자를 만났다. 강남역 근처 어느 조용한 카페였다. 그는 여기서 기사를 작성할 때가 많다고 했다.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그러면 집중이 더 잘 된다고.
*탈블: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
-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심두보 편집장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편집장님이 비즈니스에도 정말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제가 나중에 기자를 그만두면 빵집을 하겠다고 했는데, 편집장님이 뉴스레터 서비스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죠. 대표님(제임스 정)도 한번 해보라고 응원해 주셨어요.
얼마 전, 편집장님이 국내 뉴스레터 서비스를 전부 정리해서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는데요. 그 글이 1000건 넘게 공유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뉴스레터 형태로 해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기자여서 알고 있는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이기도 했고요.
- 빵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평소 빵에 관심이 많아요. 맛있는 빵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죠. 주변 사람들이 제게 빵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할 정도로요. 심지어 본업인 블록체인보다도 더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여대를 나왔는데요. 여대 다니는 학생은 애칭 같은 게 있습니다. 이대 학생은 ‘벗’, 성신여대 학생은 ‘수정이’, 저희 학교(숙명여대) 학생은 ‘눈송이’로 불렸어요. 저는 학교 커뮤니티 페이지에서 ‘빵송이’라는 닉네임을 썼습니다. 빵을 좋아하는 숙대생이라는 뜻이죠. 커뮤니티에서 학교 주변 빵집의 빵 메뉴를 추천하는 글을 올리곤 했는데, 엄청 유명해졌어요.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숨기고 다녔는데, 어느 날 제일 친한 친구가 빵송이와 친구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때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죠.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빵을 조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친구들도 제게 말하더군요. 이렇게 직접 빵을 찾아서 추천하는 애는 너밖에 없다고. 저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는 게 재밌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껴요. 그래서 빵을 다루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 학교 커뮤니티 외에 다른 활동 경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빵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요. 또 ‘호빵맨’이라는 빵 동호회에도 가입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호빵맨은 단순히 빵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저처럼 이것저것 조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입니다. 회원 중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도 많아요. 저도 자극받아 빵에 대해 더 많이 조사하게 됐고요. 이 과정에서 여러 빵집 사장님과 친해졌습니다. 빵집 사장님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요.
- 어떤 사람이 뉴스레터를 보면 좋을까요?
빵을 좋아하지만, 빵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네이버로 빵집을 검색하는데 그치는 사람들이죠.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이 몰랐던 빵집을 새로 알게 하는 경험을 느끼도록 하고 싶어요.
- 네이버 검색으로도 충분해 보이는데요. 큐레이션 된 정보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빵집 소개나 후기는 네이버에서도 찾을 수 있겠죠. 요즘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사장님도 많고요. 그런데 모든 빵집을 직접 찾아보기는 어려워요. 너무 많기 때문이죠. 결국 이런 정보를 어떻게 추려서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저는 빵집 사장님한테 직접 물어봐야 나오는 정보를 다루고 있어요. 잠깐 제 얘기를 하자면, 위가 좋지 않아요. 그래도 너무 빵을 먹고 싶어 합니다. 좋아하니까. 그래서 사장님한테 직접 물어보고 발품을 팔아가면서 이것저것 조건을 살펴보게 되는데요.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정말 많습니다. 이런 좋은 정보를 저 혼자 알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뉴스레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 뉴스레터 콘텐츠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빵슐랭가이드는 매주 수요일마다 발송되는데요. ‘빵슐랭이 추천한다’, ‘이 주의 베이커리 이야기’,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1g’ 크게 세 개의 카테고리를 다루고 있어요. ‘빵슐랭이 추천한다’는 우리가 아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메뉴 한 가지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이 주의 베이커리 이야기’에서는 매주 베이커리 한 곳을 소개하는데, 제 경험담을 글로 풀어쓸 예정입니다. 베이커리의 시그니처 메뉴나 그냥 방문해서는 알기 어려운 꿀팁을 알려주는 거죠. 물론 빵 가격도 알려주고요. 마지막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빵을 추천하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1g’이 있습니다.
-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1g이라… 흔히 빵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제가 다이어트를 하면서 느낀 건데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빵을 먹으면 안 된다는 건데요. 빵에는 기본적으로 밀가루가 들어간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본 ‘빵순이’들은 알고 있어요. 먹어도 괜찮은 빵이 있다는 걸 말이죠. 저는 살이 찌지 않는 빵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쌀빵을 소개하는 식으로요. 밀가루가 들어간다 해도 천연의 재료로 발효한 밀가루(천연 발효종)를 쓰면 소화가 더 잘됩니다.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 만든 빵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소화가 불편하신 어르신분들이 드시기에도 괜찮죠. 저는 이런 소소한 팁을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 뉴스레터 구독자를 어떻게 늘릴 계획인가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같이 운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해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뉴스레터 내용의 일부분만 올릴 겁니다. 뒷부분까지 보고 싶은 사람은 뉴스레터를 구독해야 하겠죠.
- 사실 빵 정보는 알면 좋지만, 그렇다고 꾸준히 소비해야 하는 성격의 콘텐츠는 아닐 수 있는데요. 구독자가 뉴스레터를 주기적으로 읽도록 만들 전략이 있나요?
제가 기자잖아요? 메일 제목을 기사 제목 쓰듯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집으면 그게 곧 인생 빵인 빵집’ 이런 식으로요(웃음). 제목이 궁금해서라도 클릭하게 하는 거죠. 그런데 제목만 좋으면 낚시가 되어버리는 거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는데 충실하려고 합니다.
- 초기에는 구독자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생각해 둔 방법이 있나요?
뉴스레터에 주기적으로 구글 설문지 링크를 첨부할 예정입니다. 설문지에 참여한 구독자 중 우수 답변자를 추첨을 통해 빵을 제공하려고 해요.
- 빵을 어떤 형태로 전달하는지 궁금하네요. 특정 빵집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하나요?
상품권으로 전달하면 구독자가 맛있는 빵을 선별해야 한다는 허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맛있는 빵을 직접 골라서 택배로 전달하려고 합니다. 요즘 지방에 있는 유명한 빵집들은 대부분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요. 빠르게 보내줍니다.
- 수익 모델도 구상하고 있나요?
뉴스레터는 계속 무료로 구독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다만 나중에 구독자가 많아지면 프리미엄 구독자를 따로 모집할 계획도 있습니다. 금액은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월 5000원 미만으로 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월 3900원이면 빵슐랭가이드와 제휴를 체결한 빵집에서 보너스 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제휴는 ‘모든 빵이 보통 이상의 맛은 한다’와 같은 기준을 통과하는 빵집에 한해 이뤄질 거고요. 몇몇 빵집과는 이미 가벼운 톤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박현영 인생에서 빵슐랭가이드는 어떤 의미인가요?
빵만큼 제가 잘 알고 좋아하는 분야가 없어요. 빵슐랭가이드가 잘 되면 ‘덕업일치’라고 생각합니다.
- 무슨 꿈을 꾸고 있나요?
미래에는 제 빵집을 차리고 싶어요. 그래서 틈틈이 인터넷 자료를 보면서 빵 만드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유학을 다녀올 생각도 있고요. 사람은 배워야 잘한다는 게 평소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제가 빵을 좋아한다고 하면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이 어디예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요. 저는 이 질문에 답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빵집마다 맛있는 메뉴가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크로와상이 맛있는 곳이 어디예요?”라고 물어보면 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뉴스레터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떡볶이집은 A 동네를 가든 B 동네를 가든 떡볶이가 주메뉴입니다. 감자탕 집도 A 동네를 가든 B 동네를 가든 감자탕이 주메뉴죠. 하지만 빵집은 그렇지 않아요. 빵집마다 수많은 메뉴가 있어서 맛있는 메뉴가 다 달라요. A 동네 빵집은 크로와상이 맛있지만, B 동네 빵집은 소라빵이 맛있을 수 있죠. 저는 독자분들이 뉴스레터를 통해 그 빵집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고르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