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It's alright>
1988년, 신해철이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라는 밴드를 이끌고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어느 집의 막내아들 같은 귀여운 얼굴과 화려한 말솜씨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그들이 들려준 <그대에게>란 노래는 이전 가요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함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전자악기인 키보드를 곡의 초반부에 과감하게 배치했다거나 심장을 뛰게 하는 경쾌한 리듬과 대학생다운 풋풋한 가사를 선보인 점 그리고 아마추어 밴드로서 음악적 완성도가 쾌나 높았다는 점 등에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며 가요제 대상 수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당시 그 공연은 신해철이라는 천재적 아티스트가 가요계에서 한 획을 그을 것임을 예감케 하는 전주곡이었다. 그 후 신해철은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안녕> <나에게 쓰는 편지>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영원히> 등의 노래로 큰 사랑을 받으며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 나갔다. 작곡과 작사, 편곡 등을 모두 해내는 것은 물론 발라드와 댄스, 재즈, 락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음악적 능력은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 한층 발전해 테크노와 국악까지 흡수하며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신해철은 그야말로 대중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장인(匠人)이었다. 필자가 신해철의 음악을 들으며 20~30대를 보낸 이후에도 여전히 그의 음악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신해철의 노래 한곡 한곡에는 자신의 길을 찾아 온전한 삶을 살도록 이끄는 깊은 통찰과 지혜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해철은 자신이 만든 대부분의 노래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가슴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따라 걸어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잿빛 도시 아래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꿈과 열정을 찾으라고 이야기하면서 물질적인 만족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처럼 신해철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통념이 아닌 가슴에서 맥동 치는 뜨거운 생명력을 잣대로 삶을 선택하라고 속삭이고 있다. 신해철의 많은 노래 중에서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It's alright>란 곡이다. 노래는 신해철 특유의 낮게 깔리는 저음이 감미로운 리듬과 섞여 한 편의 시를 읊조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노래는 특히 가사가 감동적이다. ‘숨기려 애를 써도 눈빛이 어둡네요. 괜찮아요. 모든 것이 잘 될 거예요. 설움이 북받칠 때 그냥 소리 내서 울어요. 괜찮아요. 그 누구도 비웃지 않아요. 지금껏 쌓아온 게 모두 사라진 것 같아도 괜찮아요. 금세 다시 일어날 거예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 누구도 내일 일을 알 수 없어요.’ 이렇게 이 노래는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오빠에게, 식당을 운영하다가 손님이 끊겨 생계가 걱정인 후배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는 듯 하다. 필자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지금 이 순간도 훌륭해!’라는 내면의 울림을 경험한다. 필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따뜻한 에너지가 기분 좋게 차오는 것을 느낀다. 자기애(自己愛)의 느낌이 온몸으로 퍼지는 순간이다. 그러면 지금의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 것은 물론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열망이 꿈틀거린다. 이렇듯 자기애(自己愛)의 느낌을 가슴에서 깨워 간직하고 있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자신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직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 뚜벅뚜벅 헤쳐 나간다.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자신을 자책하면서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부정하며 미래를 암담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부정적인 느낌에 사로잡혀 있을수록 모든 일은 더욱 꼬이기 마련이고, 그런 기분 나쁜 감정에 의해 조급하게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결정할수록 실패의 수렁에 빠져들기 쉽다. 그럴 때일수록 고요하게 내면을 바라보면서 쓰라린 가슴에서 자기애(自己愛)의 느낌을 싹 틔워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이겨냈듯이 어떤 어려움과 어떤 좌절도 극복할 수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자기애(自己愛)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때 가슴 깊은 곳에서 강물처럼 밀려오는 충만한 느낌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다. 진정한 위로와 치유는 자신을 사랑하는데서 시작한다. 신해철의 <It's alright>를 들으며 자기애((自己愛)의 느낌에 푹 빠져보자! 자신을 사랑할 때 어떤 느낌이 올라오는지를 알아차리고 그 느낌을 깊게 만끽해보자! 그 느낌 속에서 존재론적인 기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