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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수로 만들어진 옥빛호수, 람월곡

중국여행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by 별나라



람월곡을 보기 위해서는 빙천공원을 내려와 셔틀버스를 타야한다. 한참을 가다보면 누구라도 이곳이 명소임을 직감할 수 있는 대단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그 이름은 람월곡. 옥룡설산의 빙하수가 흘러내려 기가막힌 물빛을 만들어 내면 석회암 지형의 땅이 그 물빛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옥빛의 물을 가득 담아낸 람월곡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캐나다 로키의 트레이드 마크 레이크 루이스가 연상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중국이라니. '중국은 정말 다 가졌구나' 싶은순간이었다. 람월곡의 물빛은 누군가 고의로 옥색의 물감을 호수에 타버린듯한 진하면서도 또렷한 색감이었다. 역시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위치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래도 여름에 비한다면 이정도야 아무것도 아니겠지. 갑자기 멋진 사진을 찍고자 하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의 현재 순간을 눈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인간의 욕망이, 사진에 대한 집착이, 좀처럼 사그라 들지를 않는다. 같은 풍경을 찍고, 또 찍고, 또또 찍는다. 그뿐인가. 핸드폰으로 찍고, 카메라로도 찍고, 이제 심지어 액션캠도 구입을 했다. 나중에 보면 똑같은 장소에서의 사진이 수십장이다. 그렇다고 사진의 퀄러티가 좋은것도 아닌데 말이다. 집착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오롯이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겠다는 다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오래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슬쩍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중국인들도 정말이지 우리 못지않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찌되었건 시간이 흘러 내 차례가 되었다. 경이로운 멋진 자연을 사진에 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저 광활한 아름다움이 손바닥 보다도 작은 카메라에 갇히는 순간 그 광활함은, 그 경이로움은, 그 놀라운 아름다움은 반감되고 만다. 거기에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내 얼굴이 내 몸이 끼어들어가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그래서 자꾸 자꾸 셔터를 눌러대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눌러도 내가 원하는 그림은 나오지 않는데 말이다.


옥룡설산을 머리에 올린 람월곡



옥룡설산과 빙하호수와의 환상적 콜라보


호수 물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옥룡설산이 모습이 그 속에 쏘옥 들어가 있다. 눈이 쌓인 부분은 더욱 더 하얗게 빛난다. 물가로 갈수록 옥빛은 조금씩 창백해지며 옅은 하늘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눈이 좀 더 많이 와서 저 산들이 다 눈으로 뒤덮였어도 멋졌을거 같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객잔 주인아저씨는 옥룡설산의 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셨다. 옛날에는(아저씨 어렸을 때) 한 여름에도 눈이 있었다며...요새는 겨울에도 눈이 안오며 저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곳도 서둘러서 봐야 할 여행지.


호숫가로는 산책 데크가 산뜻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사진의 대한 욕심은 끝이 없지만 이 정도로 마치고 나무데크 길을 따라 내려가보았다. 날씨도 봄날 같고 무엇보다 맑아서 참 상쾌한 날. 레이크 루이스 같기도 하고, 플리트비체 같기도 한 호수를 옆구리에 끼고 백만불짜리 산책을 시작했다.




조금 내려오니 멋들어진 폭포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름이어서 비라도 내린 다음날이라면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내렸을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바위가 좀 어색했다. 헉, 인공으로 만들어진거란다. 람월곡도 자연스레 형성된 호수가 아니라 빙하수를 모아서 만들어진 인공호수였다. 너무너무너무 아름다운데 이게 인공이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맥이 빠졌다. 진짜처럼 만들어낸 중국인들의 손길에 경의를 표한다.



이 분들과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
물 속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하.루. 행복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행복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이곳에서 여기 저기 다니며 가벼운 트래킹을 해도 좋을거 같았다. 아침에 출발을 했을때는 빙천공원을 보고 후딱 람월곡을 들려 리장으로 돌아오려 하였으나 생각보다 아주 많이 시간이 지체되었다. 간단하게 점심이라도 싸올걸...하는 뒤늦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여행을 다니다보면 점심식사가 자꾸 뒤로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점심식사는 매일 할 수 있지만 이곳 람월곡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배고픔도 잠시 잊는다.^^

늦은 점심으로는 리장의 명물인 버섯들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행복한 생각을 하며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을 이제야 비로소 눈과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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