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옥룡설산! 두번 가세요

중국여행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by 별나라



슬쩍 바라만 봐도 머리속에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고, 마음 한켠에 백열등이 반짝 켜지는 듯한 그런 장소가 있다. 리장 고성에서 바라본 옥룡설산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 리장에 오기 전 리장에서 옥룡설산이 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멀리 하얀눈을 머리에 얹은, 범상치 않은 위용을 가진 멋진 산을 보았을때 '아 저게 바로 옥룡설산이겠구나!' 탄성이 새어 나왔다. 옥룡설산은 일자 무지랭이도 금새 알아챌만한 매력과 카리스마를 뿜뿜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리장 고성과 옥룡설산과의 완벽한 콜라보가 완성되었고 둘의 아름다운 조화가 한장의 사진이 되어 마음속에 콕 박혀버렸다.


다년간의 여행 경험상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보는 명소에는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들기 마련이다. 친절한 객잔 주인아저씨의 조언으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옥룡설산에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리장고성에서 옥룡설산을 가는 방법을 두가지가 있다. 고성내 여행사에서 팔고 있는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방법과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이다. 자유롭고도 시간 충분히 둘러보고 싶어 어슴프레한 이른 아침에 객잔을 나섰다. 리장 고성 정문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살짝 헤매기는 했으나 어렵지 않게 옥룡설산으로 가는 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다. 리장 고성에서 옥룡설산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풀이과정이 긴 짜증나는 수학문제 같다.




1. 리장고성에서 정문을 지나 옥룡설산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2. 버스 또는 빵차를 탄다

3. 옥룡설산 매표소에 도착하면 운전기사가 티켓값을 걷고 티켓을 준다

4. 버스 또는 빵차에서 내려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 케이블카 티켓을 산다.

5, 케이블카를 타는 곳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간다.

6.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차례가 되면 케이블카에 탑승

7. 케이블카 탑승 후 쏜살같이 4506 미터에 도착. 끝.



KakaoTalk_20191213_110601281.jpg
KakaoTalk_20191213_110601450.jpg
KakaoTalk_20191213_110601610.jpg
케이블카 승장장 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곳이 줄서는 곳. 사람 많을 때는 정말 오래 기다릴 듯. 겨울여행이 좋네요!



미리 아느냐, 좀 나중에 아느냐 그 차이


때로는 그 나라 언어를 못하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 빵차를 타며 언제 출발하는지, 얼마 걸리는지, 요금은 얼마인지 등등 궁금한 것이 많았으나 중국어를 못하는 관계로 입을 다물었다. 때가 되면 출발할 것이고 가다보면 얼마 걸리는지 알게 될 것이고 요금은 당연히 달라고 하겠지. 단지 미리 아느냐 아니면 조금 늦게 아느냐의 차이다. 중국여행을 하며 좀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를 배우게 되었다. 입을 다물고 나니 눈이 좀 더 바빠졌고 눈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ㅎㅎ 옥룡설산 매표소를 지나 빙천공원으로 가는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을 때, 투어를 신청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로 온 팀은 모두 같은 색의 패딩을 입고 엄청 소란스럽게 몰려다녔다. 일단 그 패딩 색이 참 맘에 들지 않았다. 시뻘건 색 패딩이었다. 물론 여행사마다 다르겠지만 아름다운 눈으로 덮인 빙천공원에서 시뻘건 패딩들이 곳곳에 있는 것은 딱히 아름답지는 않았다.


3356미터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4506미터에 있는 빙천공원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고산증세가 있는 사람은 이렇게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면 증세가 심해진다. 그래서 대부분은 산소통을 구입하여 올라가기도 하고 올라가서 구입하기도 한다. 높은 곳에 오른 경험이 있어서 산소통은 구입하지 않았지만 고산병에 관한 안전수칙을 잘 지켰다. 천천히 움직이기, 말 많이 하지 않기, 많이 쉬기. 여기에 더불어 내 자신만의 룰. 아침 많이 먹지 않기, 머리 아프면 타이레놀 복용하기 등을 추가했다. 케이블카에 내려보니 정말 우와!라는 탄성이 나올만큼 아름다웠다. 스위스인듯, 캐나다인듯 뽀족 뽀족 솟은 산에 만년설이 덮여 있었다. 웅장하고 경이롭고 찬란하고. 1월임에도 햇살이 정말 눈이 부실정도로 빛나고 있었고, 그 빛을 받은 새하얀 눈이 더욱더 강력한 빛을 사방으로 쏘아붙여 눈을 뜰수 없을 지경이었다. 4506미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인증샷을 찍고 천천히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빙천공원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속도가 빠르다 씽씽~~풍경 굿!!


22.jpg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4506미터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이런 모습 와우~~!


정말 맑은 날씨에 적당한 기온,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런 멋진 풍경을 볼려면 적어도 스위스, 캐나다 정도는 가줘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중국은 가성비 꿀인 여행지가 분명하다. 이곳에 올라오면 좀 더 기온이 내려가 사람들은 패딩을 빌리는 듯 했다. 하지만 리장에서 입었던 옷으로 올라와도 충분했다. 적어도 내가 갔던 그 날은 그랬다. 4605미터를 찍고 이제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4600미터는 고산증세가 나타나기에 충분한 고도이다. 나도 남미에서 딱 이 높이에서 고산증세가 나타났기 ㄸ때문에 조심, 또 조심했다. 천천히 천천히 걷고, 살살 말하고. 신기한 것은 중국사람들이 주로 패키지를 이용해서 온다는 것이다. 모두 다들 그 빨강 패딩을 입고 한손에는 산소통을 들고 엄청 시끄럽게 사진을 찍는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조망되는 풍경


4605미터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다시 올라가야 할 차례.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지만 다들 끝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고산 증세로 점점 심해질것이고 시간도 충분치 않을 수도 있고. 사실 멀지 않은 거리인데 땡볕에 눈은 부시고 마냥 쉬운 길은 아니었다.


너무너무 멋진 풍경이에요! 꼭 가보세요^^


굽이 굽이 잘 닦아온 계단을 올라갈때마다 비슷한듯 하지만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준다. 사진을 찍는 손이 시렵지만 절대 그냥 보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들. 이순간 정말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으니 다 가졌구나! 싶었다. 빙천공원에 온다면 꼭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사실 정상이라고 해도 옥룡설산의 정산이 아니라 사람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한다. 옥룡설산의 정상은 사람이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고 한다.


사람마다 감상평이 다 다르겠지만 옥룡설산 빙천공원은 정말 내 스타일의 여행지였다. 자연의 광활함, 아름다움, 요련게 요새 참 좋다. 부모님이 꼭 보셨으면 하는 풍경.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면 정말 첩첩첩첩 산들이 끝없이 끝없이~~~
빙하빙하!

올라가는 옆으로 빙하가 보인다.



사실 올라가는 길이 아주 먼건 아닌데 은근 시간이 걸린다. 고산병이 무서워 천천히 움직여야 하기도 하고.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까막득하다.


드디어 정상 4680


정상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겨울 비수기에도 이런데 여름에는 어떨지. 여름에는 결정적으로 눈이 없다고 한다. 객잔 주인 아저씨 말에 의하면 겨울에도 점점 눈이 줄어든다고 하셨다. 아저씨가 어렸을때는 눈이 더 많았었다며.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옥룡설산을 올려다보며


올라갈때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삼천미터대로 내려왔다. 좀전에 있었던 곳을 올려다보니 정말 까마득하다. 저곳에 다녀왔구나. 짧은 순간이었지만 멋지고 찐한 만남이었다.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오고 싶다.

여행을 많이 다닐수록 자연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속좁은 인간이 광활하기 그지없는 풍경을 만났을때 처음에는 큰 괴리감을 느낀다. 하지만 점점 가만히 바라다보면 그 괴리감이 점점 줄어들며 내 마음도 자연을 따라 넓고 깊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순간 저 밑 세상에서 있었던 나의 삶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진다. 물론 이런 마음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잠깐만이라도 이런 느낌, 참 좋다. 옥룡설산 두번 가고 싶은 곳이다.





keyword
이전 04화 완벽한 레트로 -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