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호도협 트래킹. 윈난성 여행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필수 하이라이트 코스다.
리장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8시 30분 버스를 타고 대망의 호도협 트래킹의 첫발을 내디뎠다. 리장에서 호도협을 가기 위한 관문인 차이터우까지는 세시간 남짓 걸리는 먼 거리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번 쉴때 버스 기사님께 차이터우에서 나시객잔까지 빵차를 예약했다. 빵차는 차 한대당 요금이라서 우리 둘이 타기보다는 좀 더 인원을 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우리나라 여대생이 있어서 생각해보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 뒤편에 앉은 남 2, 여1로 구성된 유럽 여행객들은 자기들은 걸어서 가겠다고 정중히 거절ㅜㅜ 아마도 후회할걸.. 싶었다.
중국을 여행하다가 중국 여행시스템에 새삼 감탄하는 순간이 있다. 나와 나의 여행지기는 하룻밤을 호도협에서 자고 리장으로 돌아오지만 버스에서 만난 여대생은 호도협 트래킹 후 상그릴라로 넘어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짐은? 큰 짐은 우리가 타고 온 버스에 실려 티나객잔까지 간다. 사람은 차이터우에서 내리고 짐만 이동하는 격. 하여간 큰짐을 메고 높은 산을 오를 수도 없는데 정말 편한 시스템이다. 빵차만 해도 그렇다 버스 기사아저씨가 딱 준비를 해주셔서 버스에서 빵차로 바로 갈아타고 나시객잔에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걸어서 간다면 나시객잔까지 두시간 정도의 거리고 거의 시멘트 포장길이라고 한다. 새벽에 일어났고 세시간 버스에 빵차까지 살짝 피곤한 감이 있었다. 나시객잔에서 이른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나시객잔의 음식은 참 맛있다. 토달볶음밥, 감자볶음 등을 시켜 맛나게 먹었다.
나시객잔을 떠나 걷다보면 28밴드를 만나게 된다. 갑자기 계단식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며 구비구비 돌아서 산을 올라가는 형태다. 한번 돌때마다 한 밴드씩 숫자가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한 밴드가 길지가 않다. 조금 힘들지만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사실 힘들었던 것은 옷차림 때문이었다. 겨울인데다 산이라서 옷을 매우 따뜻하게 입었고 거기에 핫팩까지 붙였다. 하지만 이내 땀이 줄줄.... 할 수 없이 망을 보며 입고 있던 옷을 거의 다 벗었다. 트레이닝 바지 하나, 남방 하나 입었다. 날씨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날이었다.
28밴드 정상에서 보니 옥룡설산의 속살이 속속들이 다 보인다. 날카롭지만 깊이있게 파여 있어서 카리스마 있게 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호도협이라 불리는 좁은 협곡으로 금사강이 미친듯이 흘러간다. 좁고 깊은 무서운 협곡이었다. 28밴드 정상에 오면 거의 다 온것이라 착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기서 부터 시작인것같다. 28 밴드에서 차마객잔까지 한시간 정도 더 가야한다. 28밴드를 지나고 나니 진정 트래킹 하는 느낌이 든다. 오른쪽에 옥룡설산, 왼쪽으로는 하바설산을 양 옆에 끼고 좁고 가느다란 길을 하염없이 걸어간다. 다행히 계속된 오르막은 없었다.
나시객잔에서 28밴드를 지나 차마객잔까지 3시간 채 안걸렸다. 1박 2일 트래킹으로 이곳에 왔지만 차마객잔에서 숙박을 할지, 좀 더 가서 중도객잔에서 숙박을 할지 결정을 하지 못했었다. 막상 차마객잔에 도착을 해서 조금쉬다보니 아직 에너지도 많이 남아있었고, 무엇보다 하늘의 태양이 아직도 쨍쨍했다. 그래서 두시간 정도 걸리는 중도객잔까지 가서 숙박을 하기를 결정했다. 차마객잔은 신서유기를 촬영해서 그런지 아기자기 이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산들이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한참을 사진을 찍고 놀았다. 아 ㅎㅎ 차마객잔에서 한참을 쉬었다 출발하려고 하는데 몹시 지쳐보이는 여행자 세명이 도착했다. 아침에 버스에서 봤던 그 유럽 여행객들이었다. 완전 얼굴이 피곤에 쩔어있었다. 그 중 한 남자가 자신은 너무 힘들어 오늘 차마객잔에서 자고 간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시객잔까지 빵차를 타지 않으면 매우 힘든가 보다.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으로 가는 길은 마치 내가 프로 트래커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길이었다. 험준한 산 사이에 가느다랗게 난 길을 한쪽에 끝도 없는낭떠리지를 두고 걷는다. 오른쪽 옥룡설산이 너무너무 가까이 있어서 손을 뻗으면 마치 닿을 것만 같다. 양쪽으로 높은 산에 갇혀서 구불 구불 셋이서 한 줄로 서서 걸어가는 것이 참 아늑하게 느껴진다.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없다. 봐도봐도 신비로운 옥룡설산의 속살들. 1월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걸어가는 동안 한 두팀 정도 만난 것 같다.
차마객잔에서 두시간 정도 걸려 중도객잔에 도착. 중도객잔은 차마객잔 보다는 덜 꾸며진 느낌이었고 신관 공사가 한창이었다. 다소 소음이 있었지만 역시나 너무나 멋진 산세가 둘러싸여 있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곳 신관 새로 지은 건물에 숙박하게 되면 옥룡설산의 속살을 바로 진짜 코 앞에서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볼 수있게 된다. 와우~~! 세상에 진짜 이런 뷰가 존재할까? 그리고 내가 도대체 어느 곳에서 이런 뷰를 바라보며 잠에 빠질 수 있을까. 너무나 저렴하게 너무나 멋진 뷰를 가지고 밤 하늘 가득 메운 별빛을 벗삼아 잠이 든다. 1월이라 아무 예약도 없이 이런 멋진 방에 묵게 되었지만 아마도 성수기에는 미리미리 예약해야 할 것 같았다. 이곳도 역시 침대 위에 전기 장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공기는 좀 썰렁한 편. 이불을 코 끝까지 당기고 깊이 잠이 들었다.
차마객잔이나 중도객잔에서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음식은 닭백숙이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음식이지만 우리는 먹지 않았다. 딱히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데 이곳까지 와서 먹어야 하나..싶었다. 나시족의 음식이 마치 서양화 된 듯한 음식을 맛나게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도 하고 다시 티나객잔을 향해 걷는다. 두시간이 채 안걸리는 거리다. 역시 한쪽으로는 금사강이 깔린 낭떠리지가 따라오고 또 다른 한쪽으로는 끝도 없이 높은 산. 작은 폭포도 만나도 염소도 만나고 심심치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만약 비가 내린다면 무지 위험할 것 같았다. 날씨 잘 보고 가시길.
마지막 완전 내리막을 내려오면 티나객잔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호도협 트래킹 끝. 티나객잔에서는 리장이나 상그릴라로 가는 표를 끊으면 짐을 무료로 맡아준다. 그런데 리장가는 버스는 오후 3시 30분. 현재시각은 12시 정도라 두시간정도 짧은 트래킹을 했으면 좋겠다 싶어 물어보았다. 티나객잔에서는 중호도협 트래킹을 추천해 주셨는데 두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그나마 있던 작은 배낭마저 맡기고 트래킹에 나선다. 그냥 앞마당 산책정도로 생각했었다. 입구랄 것도 없는데 길을 막아서며 15위안의 입장료를 받는다. 흔쾌히 드리고 출발. 그런데 출발한지 1분도 안되어서 초초 급경사를 만났다. 거의 미끌어져 내려가는 수준. 이제 곧 나아지겠지...싶었지만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그리고 내려가고의 반복. 내려가면서 드는 가장 무서운 생각은 이렇게 미친듯이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야한다는 사실이다. 올라갈 수 있을까? 과연?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는 덜 공포스럽기 마련이다.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지만 걱정은 잠시 유보된다.
사진으로는 결코, 절대 표현될 수 없다. 금사강의 포효하는 물길과 세차게 흘러가는 물덩이들은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왠지 발을 조금이라도 담그면 그냥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현지인이 만들어 놓은 나무 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돈을 내야 갈 수가 있다. 돈을 내고라도 가고 싶었으나 여행지기가 말렸다. 우리 위험한 것은 하지 말자...그래, 오래 오래 여행다니려면 굳이 인생사진 남긴다고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걸로~~!
와...진짜 협곡 아래에서 티나객잔으로 올라가는 길을 '고통' 그 자체였다. 쉼 없는 오르막이 주는 고통. 고통. 고통. 그런데 그 고통이 절정이 다다를 무렵 철제 사다리가 나타났다. 헐...다른 길은 없냐고 사다리 옆에서 음료수를 팔던 아주머니께 여쭈어보았다. 없단다. 다시 돌아서 왔던 길로 가던가. 이 철제 사다리는 진짜 기울기가 90도에 달한다. 그냥 수직으로 위로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가뜩이나 온 몸이 기운이 소진되어 가고 있는데 이게 웬 일인가. 젖먹던 힘까지...라는 표현을 이때 쓸려고 아껴두었나보다. 온 몸에 남은 힘을 끌어모으고 젖먹던 힘까지 소환하여 양팔에 힘을 팍 주고 이를 악물고 올라간다. 나시객잔에서 티나객잔 까지의 트래킹을 모두 집어 던지고 중호도협 90도 철제 사다리가 뇌리에 그리고 마음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이게 힘만 든것이 아니었다. 완전 낭떠러지에 세워져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저 밑에 금사강 포효하는 협곡이 버티고 있다. 오싹한 풍경이었다. 그래도 잘 살아돌아와 이 글을 쓰네 ㅎㅎ
결국은 살아서 티나객잔에 돌아왔다. 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온 몸에 나를 지탱할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티나객잔에 오자마자 맥주를 주문했다. 타들어가는 몸 속을 달래야한다. 그리고 음식을 주문했다. 대충 보이는거 아무거나. 이때 마셨던 따리 맥주는 레알 시원했다. 진정 뼛속까지 말이다. 그리고 재빠르게 나온 음식 가지 볶음, 감자볶음, 그리고 버섯 소고기 볶음. 모두 진짜 천상의 맛이었다. 나시객잔, 차마객잔, 중도객잔, 그리고 이곳 티나객잔에서 모두 음식을 먹어보았지만 이곳이 최고 중의 최고였다. 아마도 중호도협 트래킹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윈난, 구이저우 통틀어 가장 맛있게 먹은 한 끼였다.
가장 험하고 가장 아름다운 길 - 호도협
내가 어제부터 걸어 온 길은 차마고도의 일부로 오천미터 이상의 산들사이에 난 아름다운 길이다. 먼 옛날 이곳에 길이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두 산맥이 높은 만큼 깊은 협곡을 만들어 냈고, 그 협곡의 사이가 좁아 호랑이가 건너 다닌 협곡, 호도협이라 불리운다. 호도협은 강의 상류와 하류의 낙차가 170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내가 본 중호도협의 거칠디 거친 물살은 상류에서 가속도가 붙어 그렇게도 미친듯이 흘러갔던거 같다.
리장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깊은 잠에 빠졌다. 1박 2일의 피곤이 이제야 몰려오는 듯. 호도협 트래킹이 더할나위없이 좋았다면, 중호도협 트래킹은 짧지만 정말 독하게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호도협 트래킹 지도
리장 - 차이터우 3시간
매표소-나시객잔 빵차 30분
나시객잔-28밴드 정상 1시간 40분
28밴드정상-차마객잔 1시간
차마객잔-중도객잔 2시간
중도객잔-티나객잔 2시간
티나객잔-중호도협 트래킹 2시간